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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Feb 24.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40. 부모와 자식 사이 (3) 엄마와 아들 사이

  엄마와 아들 사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승리'와 '첫사랑'인 것 같습니다.


  한국처럼 남아선호사상의 역사가 오랜 나라에서 아들을 낳을 때까지 자식을 갖는 것은 예삿일이고, 아들일 거라 생각해서 미리 아들 이름을 작명해 두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아들은 어머니의 '승리'의 표징이었습니다. 아들은 그 존재만으로 어머니의 가치를 상승시켰으니까요. 남아선호사상의 분위기가 사라진 지 꽤 됐지만, 아들은 어머니에게 딸과는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대개 어릴 때 아들이 딸보다 산만하고 기르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런 아들이 잘 자라면 듬직하고 믿을 만해집니다. 어쩌면 장성한 아들이 어머니가 사랑한 젊은 시절의 남편을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옆에 데리고 걸으면 어깨가 으쓱하고 '내가 이렇게 잘 키웠어!' 하는 성공의 상징이 됩니다. 같은 잘못을 해도 엄마가 아들과 딸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릅니다. 아들에게는 비교적 너그럽지만 딸에게는 조금 더 엄격해지는 편입니다 (특히 맏딸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신의 성공을 스스로의 손으로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일까요? 누가 봐도 아들이 아주 못난 게 아니라면 아들의 성공은 부풀려지고 잘못은 감추어지지만, 딸의 성공은 축소되고 잘못은 크게 부각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한편 아들에게 엄마는 영원히 보호해야 할 '첫사랑'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군대에 가서 어머니를 그리워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들은 어머니라는 이름에서 따뜻함, 강인함 속에 숨은 연약함에서 오는 아린 느낌,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자신을 '미션'으로 생각했던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영원히 자신을 감싸고 사랑하는 품이자 자신을 '성공'으로 치켜세워준 첫 번째 존재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결혼을 해서 어머니 품을 떠나면 그러한 애정을 더욱 갈구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자기 엄마 닮은 여자를 만나 결혼한다'라고 하는데, 실제로 자신의 아내에게서 어머니와 닮은 부분을 찾고자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또는 아내에게 어머니의 모습을 은연중에 요구하는 남편도 많습니다. '결혼하고 나니 세상 효자였다'라고 많은 아내들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어머니에게 아들은 무조건적 승리의 표징이며 아들에게 어머니는 자신의 존재만으로 '성공'이라 치켜세워준 위대한 존재입니다. 모자간에 흐르는 오묘한 사랑의 감정은 모녀, 부자 관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아주 독특한 기류입니다. 당신의 첫사랑, 당신의 승리의 표징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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