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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Feb 27.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42. 중독성 있는 습관

  많은 사람들에게 담배는 정말 큰 숙제입니다. 배울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끊으려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는 대답을 일관되게 하십니다. 어떤 습관이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는 과감하게 끊어내는 용기가 필요한데, 습관에는 '관성(외부 힘이 없는 한 같은 속도를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을 의미하는 물리 용어)'이 있어서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질량이 클수록 관성이 크다'는 특징 때문에 습관의 지배력의 크기만큼 변화가 어렵습니다. 담배는 대개 매우 지배력이 큰 습관이지요. 니코틴 자체의 의존성뿐 아니라, '입으로 하는 행위'라는 원초적 특징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지배력이 큰 습관을 우리는 '중독성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습관이 중독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독이 되는 물질이나 행위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빨리 뇌에 작용한다, 2) 빨리 쾌감(즐거움)을 유발한다, 3) 효과가 빨리 사라진다 (그래서 또 하고 싶다).공식적으로 '중독' 진단을 내리는 술, 담배, 마약, 도박에는 이러한 특징이 있다는 것 금방 알겠지요? 이토록 빠르게 우리 뇌를 '납치(hijack)'하는 싸고 쉽고 간편한 것들이 도처에 있기 때문에, 순서가 복잡하고 이게 정말 괜찮다고 느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을 새로운 습관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는 중독성 있는 습관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좋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고 나면 바로 즉각적 보상을 스스로에게 주고 (아무리 작더라도요), 그 보상으로 인해 쾌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집안일 중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난 다음에는 스스로에게 달콤한 것이나 아주 좋아하는 간식을 선물로 준다던지, 새벽 기상을 하고 난 다음에는 바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아껴둔 귀중한 커피를 마신다던지 하는 것입니다.

  이때 스스로에게 주는 즉각적 보상을 술, 담배, 마약, 도박으로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저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러한 보상은 자연 보상(맛있는 음식, 즐거운 관계, 향기, 좋은 음악 등)을 무시할 만한 강력하고 파괴적인 보상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나중에 자연 보상만으로 즐거움을 느끼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의 보상으로 음주를 선택합니다. 술 자체는 중립적인 자연물이지만, 술의 강력한 효과는 무의식에 스며들어 나중에는 '술'만 찾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보상으로 음주'만' 선택하는 대신 다양한 보상 중 하나로 '음주'를 선택한다면 훨씬 좋겠습니다.


  습관은 한 사람을 대변합니다. 지금 당신을 지배하는 습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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