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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Mar 03.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46. 부모와 자식 사이 (4) 아빠와 딸 사이

  아빠와  사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한 애정'입니다.


  엄마와  사이에, 아빠와 아들 사이에, 엄마와 아들 사이에, 아빠와 딸 사이에는 사랑이 존재합니다. 하지 관계마다 사랑의 방식이 조금씩 릅니다. 지금까지 각 관계의 사랑의 방식을 다뤄왔는데요, 그중에서도 아빠와 딸 사이는 순수하게 사랑’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아선호주의의 오랜 역사로 인해 아들의 위상 높은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아빠들이 딸을 무작정 미워하거나 버려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높은 이상과 목표를 기대하게 되는 아들보다 딸에게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어쩌면 딸이기에  마음껏 사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딸에게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존재였던  같습니다. 경쟁할 필요도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는, 사랑하기에 막힘없는 자유로운 존재인 셈입니다. 물론 사춘기에는 이런 느낌이     없이 사라질 때라 많지만,  딸들이 어른이 되면 아빠에 대한 따뜻한 감정을 다시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늙은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오는 자식은 아들보다 딸의 비율이 높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늙은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오는 자식의 성비는 비슷한  같은데 말이에요.)


  때로는 이 ‘순수한 형태의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고통을 받는 사람이 생깁니다. 한창 성에 민감한 5-8 딸과 함께 목욕하거나 벗은 몸으로 돌아다니는 아버지는 딸들에게 과한 성적 자극을 줍니다. (딸이 사춘기가 되면 아버지들은 조심하는 편인데, 어린 시기의 성감수성에 대한 인지는 매우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하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도 벌어집니다. 전자는 무지해서 어쩔  없었다고 하더라도 후자는 애정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아이를 이용했다고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어떤 딸들은 이러한 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있어서  사랑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거절을 비난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버지를 조종하고자 하는 딸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깁니다. 사랑한다고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더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아버지와  사이의 무한 애정은 타자의 질투를 유발할 수도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또한  사랑은 어떠한 고난도 헤쳐나갈 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 상대방을 아프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하고 계신가요? 나의 욕심을 위해 사랑을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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