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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Mar 11.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52. 가족이 아픈 이들에게: 폭력을 절대 용인하지 마세요

  정신질환이 항상 폭력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과 주변은 폭력에 쉽게 노출됩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정신질환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하고 감각을 예민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잠만 제대로 못 자도 감각이 날카로워지고 사소한 것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 쉽습니다. 하물며 ’주변이 나를 위협한다는 감각‘ ’기분이 가라앉아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느낌‘ ’고통스러운 사건의 재연으로 온종일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태‘라면 비단 병 때문이 아니어도 온갖 감각이 날카로워져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자극이나 사건에 반응해서 갑자기 화를 내거나,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하기도 하지요. 남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그렇게 괴롭힙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감각의 예민함이 전염되면서 주변 사람들도 날카롭게 반응하기 쉽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쟤가 언제 폭발할지 몰라‘하면서 전전긍긍하게 되고, 혹시라도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봐 걱정이 됩니다. 주변 사람들도 감각이 곤두서고 날카로워지지요. 세 번째는 정신질환에 대처하고자 음주를 하거나 마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술은 감정의 폭을 넓게 하고 충동 조절을 어렵게 만들며 상황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수많은 자해가 음주 상태에서 벌어지듯, 음주는 폭력을 쉽게 용인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작용하면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폭력이 대개 ‘가정 내’에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가깝기 때문에 더 이해해 줬으면 바라는 마음이 있고, 가깝기 때문에 더 쉽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깝기 때문에 폭력을 눈감아주기도 하지요. 문제는 이렇게 폭력을 눈 감아준다고 폭력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눈 감아줄수록 ‘이래도 되는구나’를 학습하고 폭력의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폭력이 증상 때문이던, 성격 때문이던, 술 때문이던, 전부 다 때문이던, 어떤 폭력도 절대 용인되어서는 안 됩니다. 폭력 상황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자리를 피하고, 필요하다면 경찰에 신고도 해주세요. 가족끼리 경찰에 신고할 수 있을까요? 당연합니다. 폭력의 정황에 따라 경찰의 대응이 달라지지만, 일단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나중에 감정이 식고 이성적으로 대화가 가능해지면 당사자에게도 폭력은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꼭 전해주세요. 폭력성은 정신과에 입원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증상으로 인해 폭력적이라면 당연히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겁이 날 것입니다. 계속 같이 살아야 하는데 보복하면 어떻게 하지? 같이 살기 때문에 나의 안전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살아야 남도 도울 수 있습니다. 혹여라도 크게 다치거나 정말 잘못된 일이 생긴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폭력성에 대한 걱정하고 계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전문가나 지역사회정신건강복지센터, 가까운 파출소와 상의해 보세요. 혼자서, 눈 감아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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