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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30. 2015

2015-인도의 딸 : 그날 버스에서 있었던 일

EIDF-2015

2015-인도의 딸 : 그날 버스에서 있었던 일


2012년 12월에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발생한 집단성폭행과 살인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실제 성폭행범의 인터뷰도 실려 있고, 사건의 발생부터 이후 인도 전역에서 일어난 데모의 성격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알기 쉽다.

이 영화를 보면, 인도의 많은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악랄하고 역겨운가를 잘 알게 되는데, 사실 세계의 모든 남성들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이 함정이다.

인도는 가부장, 남성우월주의 분위기가 특히 심한 곳으로, 여성을 비인간, 도구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남녀차별이 극도로 심한 것은 물론이고, 임신 때부터 태아감별과 낙태를 통해 여자아이를 조직적으로 살해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여성의 지위가 낮기 때문에 여자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꺼리고, 남자들은 여자를 천대하고 학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우는 사회다. 인도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적어도 남녀평등 지수 면에서는 한국이 조금은 형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 비교일 뿐,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당하는 수난은 인도 못지 않다.


인도 사회의 남녀 불평등과 여성 차별, 학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중동 지역을 떠올리게 된다. 중동도 인도 못지 않게 여성의 지위가 낮은 곳이고, 그 두 나라의 공통점은 종교적으로 매우 극단적이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남녀의 지위와 평등함에 있어 그것을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비정상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나는 것처럼, 남녀의 존재 역시 평등하고, 두 성 사이에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기본 정신이며 상식이다.

그럼에도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부터 미개한 나라까지, 아주 특별하고 예외적인 부족이 아닌 다음에는 모두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을 학대하는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차별과 성폭행이 발생하는 사회적 원인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물질문명, 인간을 도구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불평등한 교육체제, 빈부격차, 인간의 (물질로부터의) 소외, 미개한 풍습, 교육받지 못한 다수의 인간들의 무지와 편견 등등 열거하자면 엄청 많다.

그럼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결코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된다. 이 영화에서 범인들은 모두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나는 사형보다는 조금 더 자비롭게 형벌을 줄 것을 제안한다.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성기를 물리적으로 거세하고, 두 눈을 파내 맹인으로 만든 다음 풀어주기를 제안한다. 


델리에서 23세의 여성이 잔인하게 강간당하고 살해되었다. 이 사건은 인도 전역에서 전례 없는 항의시위를 촉발했고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삶과 가치, 그리고 처형되기 전에 이루어진 범인 인터뷰가 보여주는 강간에 대한 인식을 함께 엮은 이 영화는, 폭력적인 행동의 원인이 되어온 일그러진 사회와 도덕적 가치를 진단하고 변화를 위해 절실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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