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건우 Jun 21. 2022

알피니스트 : 마크 앙드레 르클렉


알피니스트 : 마크 앙드레 르클렉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진정한 알피니스트 마크 앙드레 르클렉의 삶과 등반을 다룬 작품. 다른 산악인이 하지 못한, 놀라운 업적을 세운 산악인 마크 앙드레 르클렉은 기존 등산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무명의 산악인이다.

그는 8천 미터급 산에 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떤 단체, 조직, 팀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자기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마크가 오른 산은 단독 산행이 가능한 곳이거나, 유명한 산악인들이 인정하는 어려운 산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최소의 장비만 갖추고 혼자 산을 올랐다.

혼자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 가운데 '프리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마크는 암벽 등반이 아닌, 본격 알피니스트 산악인이면서 혼합 등반(눈, 얼음, 바위)을 단독 등반으로 하는 매우 드문 산악인이다.


20대 청년인 마크 앙드레는 어릴 때부터 산을 동경했는데, 그가 훌륭한 산악인이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어머니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마크 앙드레를 보면서, 어머니는 홈스쿨링을 했고, 아들과 함께 숲과 들을 다니며 마크 앙드레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마크 앙드레는 그때부터 많은 책을 읽었고, 마크 앙드레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집에 책은 많았다'고 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사는 부모 아래 성장한 마크 앙드레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일을 해 돈을 벌기도 했지만, 자기가 진정 하고픈 일이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엄마가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해야지'라는 격려와 함께 본격 직업 산악인으로 살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마크 앙드레의 등반을 취재하면서 마크 앙드레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부담과 스트레스로 홀연히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는 혼자 훌쩍 떠나 여러 대륙에서 혼자 등반하거나 사람들과 함께 등반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발견되고, 오로지 홀로 산에 오르기만 하는 결벽증 같은 모습을 보이곤 했다.

마크 앙드레는 남미 대륙 끝 파타고니아에 있는 가파른 암빙벽 토레 에거를 혼자 오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영화 제작팀은 같이 가지 않고, 마크 앙드레의 친구만 카메라를 들고 동행할 거라고 했다.

마크 앙드레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고, 접근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단독 복합등반을 토레 에거에서 시도했다. 첫번째 시도에서는 정상 바로 아래까지 도달했으나 폭풍으로 실패하고, 며칠 뒤, 다시 도전해 성공한다.


마크 앙드레는 누구보다 단독 산행이 위험하고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20대 청년이지만 깊은 생각과 철학을 가진 지성인이고, 세상의 복잡함과 가벼움 대신 묵직한 산을 선택한 현명한 사람이었다.

마크 앙드레는 등반하면서 기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고, 산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독 등반을 하면서도 늘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산을 올랐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삶의 의미를 진지하고 깊이 있게 천착하는 그의 태도에서 철학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의 단독 등반은 세계 등반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건이고, 단독 등반으로 세운 기록은 전문 산악인들도 놀랄 만큼 경이로운 사건이었다.

그런 기록을 세우면서도 마크 앙드레는 조금도 잘난 척하지 않고, 오로지 새로운 산에 도전하는 즐거움으로 북미, 남미의 산을 오르곤 했다.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영화를 마무리하던 단계에서, 마크 앙드레는 알래스카의 주노로 가서 그 지역의 산악인 라이언 존슨과 함께 멘든홀 타워 북벽을 올랐다. 두 사람은 정상에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가족, 애인에게 인사하고 하산했지만, 하산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마크 앙드레의 여자친구 브렛이 주노의 산악구조대에 연락하고, 가족들이 알래스카 주노로 모이면서 상황이 심각하게 바뀐다.

다큐멘터리에서 마크 앙드레는 결국 사망했다. 그것도 멘든홀 타워 북벽 어딘가에 묻힌 채. 가족과 구조대는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걸 포기한다. 사고 당일부터 몰아친 폭풍으로 시신의 위치를 알 수 없기도 하고, 그들이 산에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서였다.

젊고 탁월한 산악인의 삶이 끝나는 장면을 보는 건 괴롭다. 산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알피니스트는 위험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았고, 자신의 의지로 자연과 맞섰으며,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20대 중반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마크 앙드레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 슬프지만 행복한 마크 앙드레의 죽음을 보면서, 오래 살아도 부끄러운 삶을 사느니, 짧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마크 앙드레 같은 청년이 더 위대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마크 앙드레 르클렉의 삶이 오래도록 기억되고,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