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건
SF영화이긴 한데, 그런 분위기가 강렬하지는 않다. 로봇도, 기계장치도 거의 나오지 않고, 그저 과학자들과 한 아이만 나올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유전자 변이와 조작에 관해 이야기할 내용이 많은 영화이기도 하다.
오로지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에 의해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과 똑같은 외형을 가진 '전투형 인간'을 만들어 내는 시기가 온다면, 인간의 멸종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로봇을 만들어 인간을 대체하려 했지만, 그보다 더 기술이 발달하면 로봇은 극히 일부의 영역에서만 사용하고, 일상에서는 '인위적으로 생산한 인간'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로봇 영화에서 '인간'의 범위를 로봇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를 두고 윤리적,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인간도 '인간'의 영역에 포함되는가? 생식능력도 없고 오로지 소모품으로 만들어지는 인간이라 해도, 인간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감정을 느끼고, 교감한다면 그것은 분명 인간이다.
인간과 똑같은 생명체를 소모품으로 쓰기 위해 만드는 것은 역시 자본(기업)의 이윤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비밀연구소를 운영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을 만드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본의 탐욕은 법을 어기고, 윤리와 도덕의 기준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확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인간 사회의 윤리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데, 심지어 인간과 똑같은 복제 인간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과연 용납될 수 있는 사안인가.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인류가 고민해야 할 윤리적, 도덕적, 철학적 질문들은 그만큼 더 깊어지고 복잡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생물 재료로 만드는 로봇과 달리 생물학적으로 생산되는 생명체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이후라도 언제든 변종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변이를 통해 새로운 종 또는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적 동물로 진화(퇴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인간의 과학기술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만큼의 수준에서만 통제할 수 있을 뿐이므로, 그밖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변이에 대해서는 대체하지 못하게 된다.
단적으로-물론 영화에서-혹성탈출에서 유인원들이 인간의 언어를 말하고, 집단을 이뤄 인간과 대결하고, 마침내 인간을 노예로 부리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는데, 이때 유인원들은 '인간'의 범주에 들어올 수 있는가도 토론해 볼만 하다.
나는 당연히 그 정도 지적 수준의 유인원이라면 당연히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 인간도 한때는 그들과 같은 뿌리를 갖고 있었고 공통 조상에서 진화한 것이니 유인원의 진화가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유인원의 진화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반면, 인간이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새로운 '인간 생물'은 오히려 '반자연적' '반생태적'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