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백숙

by 백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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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004년 1월에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그 전에도 디지털 카메라가 있었지만 음식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음식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은 못했죠. 새로운 디지털 카메라는 당시로는 꽤 좋은 것으로, 사진을 더 열심히, 많이 찍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3년에 부천의 아파트에서 살다 시골로 이사했는데, 그렇게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삶의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시골로 내려오게 된 것은 단독주택을 짓고 살기로 한 것과 같은 결정인데, 도시에서 시골로,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삶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퍽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골에 내려와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2003년에 집지을 땅을 샀고, 건축가를 찾아가 설계를 의뢰하고,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집짓기는 평생 한 번도 하기 어려운 경험이었으니까요.

형제 가족들도 이제는 시골에 사는 우리집에 놀러오면 시골이라 좋다고 말합니다. 가족이 다함께 외식을 하기 위해 마을에 있는 식당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음식 사진을 본격 찍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진은 그런 음식 사진 가운데 시골에서 찍은 첫번째 사진입니다. 우리가 간 음식점은 골목을 한참 들어간 곳에 있는 주택인데, 주택을 식당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이 음식점은 닭백숙, 오리백숙만 하는 집으로 지금도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고, 2004년에 먹었던 바로 그 맛을 지금도 변함 없이 맛볼 수 있습니다. 우연이지만, 이 음식점 사장님이 같은 성씨를 쓰고, 촌수를 따져보니 나보다는 촌수가 아래여서 내가 '대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음식점이 있는 지역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우리는 오리백숙을 주문했고, 음식점에 도착하니 이렇게 한상 근사하게 차려 놓았습니다. 상추를 비롯해 밑반찬 대부분을 이 식당 주인이 직접 농사 지어 만든 음식이라고 합니다. 음식이 맛있어서 이 뒤로도 가끔 갔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못 가다가 얼마 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단체로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마을에 이렇게 오래도록 한결 같이 자리를 지키는 음식점이 있다는 건 퍽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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