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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 Dec 16. 2020

장례식장

내가 알던 사람, I에 대한 이야기

 I는 키와 덩치가 크고 무뚝뚝한 남자 중학생이었다. 수업시간에는 종종 교실 맨 뒷자리에서 선생님을 향해 무례한 말을 했다가 혼나기도 하고,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아서 벌을 받기도 했다. 내가 I와 친해질 일은 정말 눈곱만큼도 없었다.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해 짝꿍이 된다면 모를까. 그러나 우리가 짝꿍이 된 적도 없었다.


 학교가 끝나고 나는 평소처럼 도서관에 들렀다가 건물 중앙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로비를 거쳐 정문으로 나가서 집으로 걸어갈 생각이었다. 큰 유리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담임 선생님이 저 멀리서 달려오며 급하게 I를 찾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나도 I를 찾으러 운동장으로 나갔다. 나 말고도 선생님의 부탁을 받은 애들이 있어서인지, I는 금방 선생님을 찾아갈 수 있었다. 선생님이 I를 찾았던 이유는 부고 때문이었다. I의 아버지께서 그날 돌아가셨던 것이다.


 I아버지의 소식을 들은 건 나 혼자가 아니라, 내 옆에 있던 다른 친구 둘이 더 있었다. 선생님은 남은 일처리 할 것이 있어서 나중에 장례식장엘 가신다고 하셨다. 우리 셋은 다 I와는 별로 친할 일 없는 범생이 여학생들이었다. 한 명은 그냥 집에 간다고 했다. 그런데 남은 다른 한 명과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진 몰라도 버스와 전철을 타고 장례식장엘 갔다. 택시를 왕복으로 탈 정도의 돈은 우리 수중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보다 한 뼘 정도 키가 컸던 친구는 가는 길 내내 불안한 표정이었다. 나는 장례식장에 가면서도 내가 왜 그곳에 가고 있을까 질문하고 있었다.

 I랑 친하지도 않고, I의 아버지와는 더더욱 관계가 없는데, 가야 할 것만 같았다.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장례식장은 처음이었고, 교회나 성당을 다니던 우리는 엉거주춤하게 절은 못하고 영정 사진 앞에서 묵념을 했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유가족들과 인사를 했다.

 까만 양복을 입고 상주 완장을 차고서 I가 서 있었다. 이미 내 옆에 서 있던 친구는 한참 울고 있었고, 나는 알 수 없는 마음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I의 표정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의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엉엉 울고, 식사는 거절하고, 택시를 타고 학교로 돌아갔다. 하복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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