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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름은 제 몸을 비우기 위해 비가 되어 내리네」

by 고 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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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지상에

긴 그림자의 얼룩이

하늘거리지 않으려

형체를 만들지 않았고


내달리는 곳곳에 생채기를

남기지 않으려

발톱을 만들지 않았지


둥근달은

얼마나 속을 다 비웠기에

연못에 제 몸을 담가도

물이 넘쳐나지 않았으며


잔별에게 제 빛을 다 뿌려주어

쪽달이 되어도 사위지를 않고

더 밝게 옹근달이 되었을까


억새꽃도

뭇사람의 눈에 꽃물이 들까봐

밝은색을 내려놓고

먹물옷의 수행승으로

잡풀더미에서 웃자라 키가 크지만

오만하거나 휘두르지 않고


오히려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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