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지상에
긴 그림자의 얼룩이
하늘거리지 않으려
형체를 만들지 않았고
내달리는 곳곳에 생채기를
남기지 않으려
발톱을 만들지 않았지
둥근달은
얼마나 속을 다 비웠기에
연못에 제 몸을 담가도
물이 넘쳐나지 않았으며
잔별에게 제 빛을 다 뿌려주어
쪽달이 되어도 사위지를 않고
더 밝게 옹근달이 되었을까
억새꽃도
뭇사람의 눈에 꽃물이 들까봐
밝은색을 내려놓고
먹물옷의 수행승으로
잡풀더미에서 웃자라 키가 크지만
오만하거나 휘두르지 않고
오히려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