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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삶이 열차를 기다리지 않아도 기적은 울리겠지」

by 고 운 기


[사진 39].jpeg


소소리 바람만이

흙먼지를 날리는 언덕바지에


내가 누울 이 자리가

다리를 뻗을 수가 없어 움츠린다 해도


새봄엔 들꽃이 다사하게 덮여

꽃물에 맘이 붉어졌으면 좋겠고


는개에 깃털이 젖어 잠시 쉼 하는

들새들이 모여 재잘거린다면 더욱 좋겠다


이 등성이를 지나갈

길손은

달이 이지러지고 부풀어 오르는 소리에

설매화가 화들짝 잠을 깨면

아직 내 영혼이 시리지 않았음을 알기나 할까


영혼마저 흙먼지가 되어

또 다른 봄꽃이 피어나는 날


살맛나게 살았다면

거친 흙을 뚫고 새순을 내밀어

바람에게 안부를 전할께요


봄비는

눈물이 아니라 삶의 기쁨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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