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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새들은 노래를 위해 말을 배운다」

by 고 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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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에 설붉은 긴 강으로

몸을 휘감아 서서

쌓여 응어리진 험한 언어들을 토해내면


강물은 거르지 않고 받아들여

달빛 윤슬로 희맑게 씻겨 내린다


언어는

영혼과 육신에서

어느 쪽의 몫인가


영혼의 몫이라면

육신이 세상을 떠나도

다스한 언어는

도솔천에 올라 꽃으로 피어나겠지만


애설픈 언어는

구중천을 떠돌며 세상을 검기울겠지


갈대 잎이 휘청거려도

서로 닿아 찢기지 않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에서


언어는

인연을 묶기도 하고 끊기도 하지


시린 강물에 발을 담그며

언어의 찌꺼기가 강가에 묻혀

새봄에 가시풀로

또다시 돋아나지 않도록

먼 바다로 깊숙이 거듭 물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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