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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목이 긴 들꽃은 바람에 휘청거려도」

by 고 운 기
[사진 48].jpeg


참으로

먼 길을

숨죽여 돌아왔구나


친정집 사립문 새로

빼꼼히 내민 파리한 얼굴


이제

풀어헤쳐도 좋고

드러누워도 좋은


고향 밭귀의 볕뉘에

몸 붙여 졸고 있는

새악시의 뽀얀 허벅살


“이제가면 언제 오나”

동네 남정네들 맘을 저미어놓고


시집 첫 살이

이 깨물더니

기어이

바람으로 돌아왔구나



ㅡ 변산 아씨(변산 바람꽃)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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