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 아홉 해가 지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아홉 해는 저를 바깥으로 내보이기 위한 단련의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능력은 그다지 늘지 않았고요.
저의 목소리에 음량을 높이기 위해, 자기확신을 만들어가는 시간들이 대부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는 글을 씁니다.
글을 뱉어버리면, 문장이 작가의 곁을 평생 따라다닌다는 사실이 저를 가장 괴롭혔습니다.
- 너는 과연 가치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
- 그 메시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냐.
발행물 앞에 떳떳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글말의 확신을 갖기 위하여,
사람의 다양한 면면을 이해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보고 듣고 읽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어떤 것이고,
할 수 없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
스스로를 들춰내고 심문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불안과 희망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그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경험 했고,
비로소 확신의 임계가 넘어가는 순간을 마주했습니다.
저를 세상으로 꺼내도 되겠다는 결단이 차올랐고
그 모양대로를 받아들여 꺼내보내는 작업을 실행하였습니다.
때때로 낱장으로 찍어내던 글을 처음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하면서
아홉 해동안 내가 지속적으로 세상에 던지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내는 일이 가장 애가 쓰였습니다.
잘 팔릴 것 같은 글로 자꾸만 마음이 기우는 자신을 다잡는 일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것이었기에,
결코 그런 행동으로 본인을 기만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을 겹겹이 쌓아 올린 모양에
내가 가진 조각이 어느 곳 하나 좀처럼 들어맞지 않아도
그것대로가. 자기다움이 가장 불편하고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럴싸하게 의미부여를 했지만
사실은 간직해온 본인을 세상에 내던지는 경험을 통해서
끊임없이 쓰고 싶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실천이기도 했습니다.
비로소, 저 자신과 아무것도 아닌 저의 팬을 자처해준 사람들에게 보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세상에 전하고 싶은 용기와 재치를 담아서 글을 바깥으로 내보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