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젊음을 포기하고 있는걸까

by 찐테크


SNS에서 한 달에 40만원을 쓴다는 사람의 글을 봤다. 댓글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대단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젊을 때 누릴 수 있는 취미, 사교, 청춘 다 포기하고 사는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 글을 보고 나니 문득 나도 내 젊음을 포기하면서 살고 있는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 회사 또래 직원들이나 주변 친구들을 보면 취미생활도 다양하게 하고 모임도 즐기고 여행도 자주 간다. 그들과 달리 나는 취미생활도 한정적이고 대부분 혼자서 하는 것들인데다 모임이나 여행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이건 내 성향이다. 내향형인 나에게 왁자지껄한 모임은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여행을 가서 관광지 투어를 하는건 쉬러 간게 아니라 사서 고생하러 가는 느낌이고 그렇다고 숙소에만 콕 박혀있기엔 아까워 그럴 바엔 집에 있는게 낫지 싶어 여행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사실은 돈이 아까운건데 '이게 내 성향이야'라는 말로 내 자신을 규정하고 가두어서 새로운 경험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당일치기로 전주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도 여행과 외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지라 1박 이상의 여행을 다녀온건 몇 년 전의 일이고 당일치기 여행도 거의 1년 반만이다. 남자친구가 전주 여행을 다녀오자는 말에 처음 들었던 생각은 돈이 얼마나 깨지지?였다. 왕복 KTX 값 7만원에 한복 대여비, 점심 저녁 식비를 합치면 인당 15만원은 뚝딱이었다. 당일치기인데도 생각보다 꽤 들어 굳이 그 돈을 써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 스트레스에 찌들어있던지라 리프레시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했기에 평일에 휴가를 내고 다녀왔다.



꽤나 즉흥적으로 다녀온 여행이었는데 단 하루뿐이었지만 확실히 기분 전환이 되었고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느껴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하나 싶기도 했다. 진작 한 번 휴가 내고 다녀올걸 내심 후회가 되기도 했다.



나의 일상은 늘 회사-집, 평일-주말의 반복이다. 회사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한 주가 끝나고 한달이 순삭이다. 2023년이 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월이 끝나고 봄이 오고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내 일상은 이렇게 늘 반복되고 시간이 너무 빠른 것을 한탄하며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남지 않은 나의 20대를,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나의 30대를 이런 식으로 보내고 싶진 않다.



여행을 가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선 어느정도 지출이 필요하다. 그 지출이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그 정도는 다신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나날들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쓸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돈이 아까워서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기엔 내 젊음이 너무 아깝다.



물론 여전히 나는 본투비 짠돌이고 잦은 모임이나 액티비티, 여행과 외박은 정말로 진이 빠져서 별로 좋아하지 않긴 하다. 그치만 대단한게 아니더라도 가끔 콧바람을 쐬고 그 동안 하고 싶었지만 괜히 돈이 아까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뤄뒀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려 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난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아'라며 스스로를 눈속임 해 내 젊음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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