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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Aug 03. 2023

우리 결혼할래?

내가 악착같이 돈을 모은 이유


"우리 결혼할래?"



25살, 취업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첫 월급도 받지 않은 시점에 뜬금없이 남자친구가 나에게 결혼 얘기를 꺼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람. 난 아직 어리고 돈도 없고 이제 막 취업했는데? 연인들 간에 하는 흔한 애정표현으로 치부하기엔 남자친구는 너무나도 진지했다. 본인의 계좌와 급여내역을 보여주며 자기가 모은 돈이 있으니 괜찮겠지 않냐하는 모습은 절대 가벼운 애정표현이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살이 넘기 전에 결혼 생각은 없다던 사람이 29살에 진지하게 결혼 얘기를 꺼내니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그 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주변에 결혼한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결혼하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저 돈이 꽤나 많이 필요하다는 것만 알았다.



당시 남자친구는 2주택자인 부모님으로부터 주택을 증여받았다. 집값이 미친듯이 폭등하던 시기였다. 물론 비과세를 받으려면 2년 실거주+보유 요건을 채워야했기 때문에 바로 팔 수 없었지만 그 당시 집의 재산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1주택자인 우리 부모님은 증여해줄 집이 없었고 몇억원이나 되는 현금을 증여해주실 수도 없었다. 그런걸로 면박을 주거나 돈으로 나를 찍어누를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내 알량한 자존심에 불편했다. 내가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괜히 밑지는 듯한 느낌이 싫었다.




돈을 모으자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최대한 돈을 모으는 것이었다. 연봉이 나쁘지 않았고 부모님 집에서 살다보니 돈을 모을 수 있는 여건은 충분했다. 그렇게 매달 80%씩 저축을 했다.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거지처럼 살았던 건 아니다. 애초에 코로나 때문에 한달에 80% 이상을 재택하는 일이 많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가기도 힘들었기에 돈을 쓸 일이 많이 없었다.



안 쓰니 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했고 돈 모으기에 재미가 들렸다. 예쁜 옷을 사고 비싼 밥을 먹는 것보다 통장 잔고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게 더 즐거웠다.



그렇게 1년만에 4천만원 가량을 모았다. 1년에 3천 정도 모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액수였다.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한 시점에는 이미 수중에 8천여만원이 있었다. 돈이 있다고 결혼 준비의 모든 난관이 해결되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돈 때문에 작아지는 일은 줄어들었다.



알뜰살뜰히 모은 돈이기에 결혼식이나 드레스 같이 사라져 없어지는 겉치레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남자친구도 로망이나 욕심이 없었기에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가 보기엔 궁색하게, 누군가가 보기엔 똑부러지게 결혼 준비를 했다. 그랬기에 모은 돈을 거의 까먹지 않고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다. 오히려 순자산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명확한 목표


결혼, 독립, 갈아타기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더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물론 중간중간 힘들고 현타오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에게 맞는 소비 방법을 터득했고 단순히 소비 통제에만 집착하지 않고 수입을 늘리는 방법도 찾았다. 남편과도 연애 시절부터 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재무 계획도 같이 세웠기에 결혼 후 돈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다.



결혼, 독립, 이사, 여행. 그게 뭐가 되었든 간에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것이야 말로 저축과 재테크를 포기하려는 마음을 다잡게 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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