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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Aug 09. 2023

현재와 미래의 저울질

돈 모으기와 돈 쓰기


돈을 모은다는 것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좀 더 투자하는 행위이다. 미래의 편익을 위해 지금 당장의 편익을 조금(혹은 많이) 포기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의 보상을 기다리는 것보단 지금 눈 앞의 확실한 보상이 더 낫다 생각되기도 한다. 대체 언제까지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해야 하는건지 현타가 오기도 한다.



그래서 돈 모으기는 어렵다



"밥 해먹기 너무 귀찮은데 그냥 배달 시킬까?"

"오늘 너무 피곤한데 그냥 택시 탈까?"

"스트레스 받는데 쇼핑 좀 할까?"



이런 유혹이 들 때 "에이 아니야, 돈 아끼자"라며 외면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약간 죄책감이 들지만 우리는 이런 저런 핑계로 소비를 합리화하는걸 잘한다.



"오늘 회사에서 갑자기 일이 몰리는 바람에 너무 힘들었어. 지금 지하철 타고 집에 가면 1시간은 걸리는데 택시 타면 40분밖에 안 걸리잖아? 택시비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빨리 집에 가서 쉬어야 내일 출근해서도 덜 힘들지. 오늘 고생 많이 했으니 택시 정도야 괜찮지 뭐. 이러려고 돈 벌잖아~"



이런 합리화 과정을 거치면 모든 소비가  필요한 소비로 둔갑한다. 현재의 행복과 편의를 위해 돈을 쓴 그 결과는 약 한 달 뒤 카드명세서라는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온 카드값을 보면 도대체 뭘 했다고 이렇게까지 카드값이 많이 나온건지 현타가 온다. "다음달엔 진짜 돈 아껴야지!" 매달 외치만 다음달에도 또 카드값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런 일을 매달 무한 반복 하고 있다면 매번 현실에 지나치게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티끌 모아 티끌 아냐?



지금 당장 마시고 싶은 커피 한잔을 참는 것

금요일 저녁 치맥을 먹고 싶지만 참는 것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참아봤자 아껴지는 돈은 고작 해봐야 몇천원, 몇만원에 불구하다. 그렇다보니 "꼴랑 2만원 덜 쓰려고 치킨을 안시켜먹는게 말이돼? 그 돈 아껴봤자 뭐 얼마나 된다고"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꼴랑 2만원이 쌓이고 쌓이면 금세 몇십만원이 된다. 그렇게 아낀 몇십만원을 1년간 모으면 몇백만원이 될 수도 있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엔 동의하지 않는다. 티끌같은 몇천원, 몇만원이 모여서 백만원 이상의 카드값이 탄생한다. 몇천원, 몇만원의 소비를 조금 참는다면 백만원 이상의 돈을 아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옷만 많은 할머니
돈만 많은 할머니



현재와 미래의 저울질. 어느쪽으로 기울지는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나는 미래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이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나중에 늙어서 옷만 많은 할머니가 될래? 아님 돈만 많은 할머니가 될래?"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옷만 많은 할머니는 늘 현재에 충실했던 할머니일테고, 돈만 많은 할머니는 늘 미래에 충실했던 할머니일거다. 둘 다 완벽하게 바람직하진 않지만 옷만 많고 궁핍한 노년을 보내는 할머니보다는 옷은 없어도 돈은 많아서 본인이 원한다면 풍족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할머니가 더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미래가 더 중요하고 미래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면 체력 딸려서 젊을 때처럼 놀고 여행 가는 것도 힘든데 지금 즐겨야지."

"다 늙어서 예쁘고 비싼 옷 입어봤자 뭐해."

"나이 먹으면 소화 능력 딸려서 자극적인 음식, 튀김류 다 잘 못먹는데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놔야지."



공감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와 미래의 밸런스를 잘 잡는게 중요하다. 미래를 생각해서 스크루지 영감처럼 꼭 필요한 곳에도 돈을 쓰지 않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적이고 적당한 소비는 꼭 필요하다.



중심 잡기


돈을 쓰는 것도, 돈을 모으는 것도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취업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돈을 열심히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땐 현재를 전혀 즐기지 못했다. 고작 4천원짜리 커피를 사먹는 것도 '아..돈아껴야 하는데...'라며 스트레스 받아 했다. 정작 그렇게 돈을 모아도 모은 돈이 크지 않다보니 꼴랑 이거 모으려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나 싶었다. 돈을 쓰는 것도, 모으는 것도 전부 나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이런 나에게 부모님이 던진 질문은 참으로 띵했다.



"넌 대체 왜 그렇게 돈을 모으니?"



그러게.. 난 왜그렇게 돈을 모으는걸까? 집 사려고? 결혼하려고? 독립하려고? 그게 내 인생의 목표는 아닌데. 결혼하면 끝인가? 집을 사면 끝인가? 대출 받아서 집 사고 노예처럼 대출금 갚고 갈아타기로 이사가서 또 대출 받고 또 대출금 갚고..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게 아닌데..



물론 사노비의 미래는 불안정하고 독립을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 젊음과 행복을 과도하게 희생하면서까지 돈을 모으고 싶지는 않았다. 돈을 모으느라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해서 노년이 공허한 할머니가 되고 싶진 않았다.



소비와 저축의 밸런스를 어느정도로 유지할 것이냐는 결국 자신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이제는 그 중심을 어느정도 잡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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