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즘 최대 관심사이자 취미 생활 중 하나가 부동산 공부와 임장이다. 거의 매주 주말마다 관심 지역에 임장을 다녀오고 꽤 많은 시간을 부동산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처음부터 부동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취업을 했던 2020년 후반은 전국적인 불장으로 이삼십대 영끌족들에 관한 뉴스가 매일 나오던 시기였다. 회사에서도 모두가 부동산 이야기만 했고 집이 없는 30대 초중반 선배들은 지금 안 사면 영영 기회를 놓칠 것 같다며 신고가를 갱신하면서 영끌로 집을 샀다.
지금 집값은 꼭지라며 폭락을 외치던 사람들, 대출은 무서워서 못 받겠다며 집을 안 산 회사 사람들도 있었다. 그 분들은 집을 산 선배들을 보고 왜 그렇게 무리했냐며 한 소리를 했고 1주택자가 된 분들은 앞으로 빚 갚을 생각 하면 한숨만 나온다며 우울해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주택자 선배들은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하는 바람에 쫓겨났다며 전세가 너무 올라서 미칠 지경이라고 피눈물을 흘렸다. 반면 영끌 1주택자가 된 선배들은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집값이 15~20% 추가 상승했기 때문에 얼굴이 활짝 피었다. 영끌이라고 하지만 초저금리에 DSR 40% 규제에 따른 적정 한도로 대출을 받은데다 집값도 1억 정도 더 올랐기 때문에 사실은 감당 가능한 대출이다.
몇 달 간 회사 선배들이 집 때문에 울고 웃고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동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은 집값이 워낙 비싸기에 나와는 상관 없는 한참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애써 외면해왔었다. 하지만 아무런 지식 없이 그저 폭락만을 외치거나 무관심하게 있다가는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데 막상 마음을 먹고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려니 아는게 너무 없어서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곘었다. 그래서 일단은 관심가는 주제의 책부터 읽었다. 당시 내가 읽었던 책은 '나는 집 대신 상가에 투자한다', '아파트 청약 이렇게 쉬웠어?', '한권으로 끝내는 돈되는 재건축재개발', '우아한 경매',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 '부동산 상승 신호 하락 신호' 등이 있다. 특정 하나의 주제만 읽지 않고 청약, 재건축/재개발, 상가투자, 경매 등 온갖 분야의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은 매우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규제 사항도 계속해서 바뀌었기에 임대차3법이나 각종 세금과 대출 규제 등에 대해서도 꾸준히 찾아보며 공부했다.
그렇게 책을 읽고 서칭을 하다보니 실제로 아파트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1년 10월 처음으로 임장을 갔다. 남자친구와 함께 곧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컨셉으로 부동산에 방문해 매물을 봤다. 확실히 매물을 보고 부동산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서칭만으로는 알 수 없는 현장의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현재 나와있는 매물들의 상황은 부동산을 방문해야만 알 수 있다. 한 가지 문제는 당시 거래가 거의 끊겨 시장 분위기가 안좋았던 탓에 계속해서 연락이 오는 사장님들께 너무 죄송했었다.
부동산에 방문하는게 좀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그 때부터는 그냥 관심 가는 지역에 가서 아파트 단지 내부와 주변을 임장했다. 요즘 워낙 부동산 어플이 잘 되어 있어서 시세부터 단지 정보, 학군, 학원가, 상권, 주변 환경, 단지 내외부 로드뷰, 경사 및 고도 등을 직접 가보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다지만 현장에 가서 직접 봐서 느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지도로 경사도를 보고서 '음 경사가 심하군'하는 것과 직접 가서 걸어보고 '여길 어떻게 올라가;;'하고 느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또 아파트 내부나 주변 지역을 가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연령대나 느낌, 아파트 단지에서 풍기는 분위기 등은 오로지 발품으로만 얻을 수 있다.
임장을 가선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느낀 점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적는다. 아파트 외관 관리 상태나 경사 등 기록하고 싶은 부분은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지 1년 정도가 되었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점점 아는 지역도 많아지고 조금 더 좋은 물건을 고르는 눈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왜 벌써부터 집 타령하면서 부동산에 목매냐 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저 이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재밌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부동산 공부를 해나갈 것이고 투자를 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