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작년 가을쯤부터였다. 처음에는 혼자서 청약, 재개발, 재건축, 경매 등 각종 분야의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했다. 당장 투자할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에 전화해서 직접 매물을 보기도 했고 매물을 보지 않더라도 관심 있는 지역에 가서 단지를 둘러보며 임장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달 하고 나니 조금 지쳤다. 혼자 하는 공부는 너무 외로웠고 방향성을 잡기가 어려웠다. 지금 당장 투자하기엔 종잣돈이 부족하고 지방에 투자하기엔 지방 시장을 아예 몰랐다. 그리고 현재 부모님 집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주택을 취득하면 1가구 2주택이 되어 세금 문제 때문에 독립해서 세대분리를 하지 않는 이상 투자를 하는 것은 어려웠다.
부동산 강의를 들어보는건 어떨까 고민을 하던 중 때마침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에서 정규 강의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강의를 신청했다. 총 5주 간의 과정이었고 가격은 45만원이었다. 조금은 부담되는 가격이긴 했지만 그래도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큰 고민 없이 강의를 신청했다. 그렇게 내 인생 첫 부동산 강의 수강이 시작되었다.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일주일에 5~6시간 분량의 새로운 강의가 올라왔다. 그리고 임장지를 한 곳 정해 매주 임장지에 대한 분석을 하는 과제와 그 외에 자잘자잘한 과제들이 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매주 5~6시간씩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주1회 약 2시간 가량의 조모임을 하는 것은 정말 웬만한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 조에는 이번 강의가 첫 부동산 강의인 사람이 절반, 한 번 이상 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절반이었는데 나와 다른 한 명을 제외하곤 3주차때부턴 거의 나가 떨어져서 결국 과제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나 또한 처음 3주 간은 열의에 차있었지만 5월이 되면서 어린이날 연휴를 보내고 거리두기 해제로 갑작스럽게 회식이 여러 개 잡히면서 강의와 과제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더 늘어지면 더 하기 싫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결국 다 해냈다.
첫 부동산 강의를 들은 소감은 참 복잡미묘하다. 유튜브나 책으로만 공부를 하다보면 깊이가 조금 부족하고 정보가 파편화돼서 하나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강의를 들으면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강의를 할테니 그렇게 흩어진 정보들을 하나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돈 내고 듣는거니 무료로는 알려주지 않는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돈 내고 듣는 강의라고 해서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강의는 주로 재테크 마인드와 투자처를 찾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투자처를 찾고 좋은 투자 물건을 분석하는 방법은 별 다른게 없었다. 부동산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교통, 학군, 직장, 환경 등의 '입지'이다. 결국 본질은 똑같은 것이다. 다만 그 본질을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봐야하는지, 그런 정보들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를 좀 더 자세히 알려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강의는 아니었다. 나보다 먼저 앞서나간 투자 선배들의 투자 경험을 들으면서 저런식으로 하면 되는구나라는 가르침을 얻을 수는 있었다. 그 동안 나는 투자 자체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제대로 아는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좋은 투자처를 선정하기 위해선 그 투자 물건이 있는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지역 분석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강의를 통해서 지역 분석의 방법을 알았기에 그 점은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강의를 듣는 내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고 정말로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었기에 5주 간의 강의 끝에 결국 나는 더 이상 이 업체에서의 강의는 수강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우선 첫째로 전세를 끼고 매매할 때의 리스크를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서 알려주는 투자 방법은 소위말하는 갭투자인데 전세를 끼고 여러채에 투자했을 때 역전세(=내가 맞춘 전세가보다 전세 만기가 돌아왔을 때 전세가가 떨어져서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대해 단순히 '너무 힘들다!'라고만 이야기하고 정확히 그 역전세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한 강사가 자기소개에서 투자 3년만에 총 9채를 보유해 총자산이 35억, 순자산은 12억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 3년 만에 순자산 12억을 만든 것은 대단하지만 달리 말하면 순자산이 12억이지만 부채가 23억이라는 말 아닌가? 저 사람은 역전세가 왔을 때 어떻게 하려고 하는걸까? 매도해서 전세금을 돌려준다 한들 요즘엔 다주택자 양도세 80%라 남는게 없을텐데 그럼 그대로 손해보는거 아닌가? 부채가 순자산의 2배인 이 상황을 과연 대단하게만 보고 나도 똑같이 따라가는게 맞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둘째로 너무 지나치게 투자에만 몰입한다는 것이었다. 몰입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프레임 하에 오로지 부동산 투자 활동에만 집중하고 가족, 회사, 친구 모든 것을 다 버렸다. 부동산이 영업을 하지 않는 일요일 하루 정도를 제외하고 매일 칼퇴 후 평일 저녁과 토요일 종일을 투자 활동에 투입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이게 옳은 방법인가?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그렇게 한다면 회사에서는 매일 칼퇴하고 회식도 불참한다면서 무책임하고 사회성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고, 가정에서는 배우자 혼자 독박육아와 독박가사로 고통받으며 나를 원망할 것이다. 투자활동으로 몇십억 몇백억대 자산가가 된다 한들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회사에서도 무책임한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면 뭐하러 부자가 되는걸까? 싶었다. 그래도 돈이라도 많이 벌면 다행이지 과도한 레버리지와 잘못된 투자로 꼬여버린다면 정말 그 때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5주 간의 과정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내 속도에 맞춰서 계속 해나가자.'이다. 어쨌든간에 나는 강의 수강의 목적은 달성했다. 좋은 동료들을 얻었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해야할지 방향성도 잡았다. 다만 투자 활동에만 전념하진 않을 것이다. 지나치게 한 가지에만 몰두해서 내 자신과 주변을 잃어버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내가 너무 의욕만 앞섰지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지금 당장 무조건 투자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올해는 투자처로 눈여겨봤던 지역들을 임장하고 분석하면서 공부하고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가는 시간으로 채워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