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올해 8월부터 전세대란이 올거라고 하더니 몇 달 전부터는 8월 전세대란 따위는 없다는 뉴스 기사가 쏟아진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뉴스를 있는 그대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왜 올해 초에는 8월에 전세대란이 올거라고 했으면서 1~2달 전부터는 전세가 뚝뚝 떨어지고 전세대란은 없다고 태세가 바뀌었을까를 궁금해하고 찾아봐야한다.
원래 8월에 전세대란이 올 것이라고 했던 근거는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전세 매물들이 시장에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거래가 뜸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으로 매수세가 위축되었기 때문에 전세대란이 없을 것이라 한다. 그러면 이 근거들이 정말 일리가 있는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8월에 전세'대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8월이 되자마자 모두가 전세집을 구하지 못해 미쳐 날뛰는 그런 상황이 오진 않을 것이다. 임대차 3법은 2020년 7월 31일에 시행되었고 계약갱신청구권은 2020년 8월 1일부터 즉시 사용 가능했다. 하지만 8월 1일이 되자마자 모든 전세입자들이 계갱권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임대차3법이라는 새로운 법에 모두가 혼란스러웠다. 즉, 올해 8월부터 계갱권을 사용하고 계약 기간이 만료된 임대 매물들이 서서히 시장에 풀리는 것이지 8월에 일시에 전세 매물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식의 8월 전세대란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요즘 기사를 보면 여러 단지들에서 전세가가 1,2억씩 뚝뚝 떨어졌고 전월세 매물도 2~3배 급증했다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참 많다. 일부 지역, 일부 단지들에는 맞는 말이지만 전국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8월 전세대란은 없다는 한 기사의 일부분이다. 파주 운정 신도시를 예로 들면서 전체 세대의 1/3이 매물로 나와있고 전용 84 전세가가 한달 전 대비 7천만원 가량 떨어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대규모 신축 단지가 공급되는 경우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나 파주 운정은 한두단지가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신도시이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단지가 공급된다. 당연히 매물이 많아질 수 밖에 없고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전세가가 하락하게 된다.
하다못해 잠실에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던 2019년에도 거의 1만세대에 가까운 단지가 들어서니 이제 전세고 매매고 집값은 폭락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그리고 실제로 입주 당시에는 전세 매물이 급증하면서 전세가도 하락했었다. 강남3구인 송파구에서도 1만세대 입주장에서 이랬었는데 하물며 신도시 입주 때는 어떻겠는가.
해당 기사에서는 강남에서도 전세 매물이 늘고 있다고 적었다. 잠실의 9,500 세대 대규모 단지면 아마 헬리오시티를 말하는 듯 하다. 전세 매물이 3달 만에 2배가 넘게 늘었다고 하는데 492세대의 매물은 전체 세대의 겨우 5%밖에 되지 않는다. 물량이 전체의 2%에서 5%로 늘어난 것이 증감율로 보면 크지만 전체 대비로 보면 엄청나게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전세가가 4년 전에 비해 평균 2억 정도가 올랐다. 서울 전용 84 평균 전세가가 6억대이다. 그리고 전세 대출은 최고금리가 6%대이다. 평균 4~5%라 해도 2년 전에는 2%대에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자 부담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세 시세가 올라 대출금 자체가 커졌는데 금리까지 높아지니 높은 전세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렇기 때문에 월세 전환율이 가속화된 것이다.
사실상 전세난은 2년전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임대차3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시장은 이중, 삼중 가격이 형성되어 매우 혼란스러웠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종전 계약의 5%밖에 올리지 못하는 반면 신규로 체결한 계약은 그에 비해 적게는 몇천, 많게는 1억 이상 차이가 났다. 그리고 그렇게 높아진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자와 종부세 등 각종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싶은 공급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져 월세 거래가 급증했다. 그렇게 임대 시장이 망가졌다.
가장 중요한 건 집은 필수재라는 사실이다. 집이 아무리 비싸도 내가 살 집은 필요하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거라 생각해서 갖고 있는 집을 팔든 무주택자 포지션을 더 유지하든 어쨌거나 살 집이 필요하기에 전세나 월세를 구해야만 한다. 결국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질수록 임차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최소 2025년까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공급이 부족하다. 특히 서울은 공급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둔촌주공, 래미안원베일리, 이문1구역 등 예정되어 있던 굵직굵직한 재건축 단지들은 현재 공사비 등의 이슈로 공사가 중단되고 분양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신축 단지가 공급되어야 대규모의 전월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데 그런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에서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상생임대인제도 등의 제도를 내놓긴 했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경우 다주택을 처분하고 1주택자가 되어야 마지막 남은 1주택을 처분할 때 상생임대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그리 크진 않을 듯 하다. 그리고 어차피 다주택자들은 이미 갖고 있는 주택을 임대로 놓고 있기 때문에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을 연장할 때 혜택을 볼 수는 있어도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높은 전세가를 그대로 부담해야한다.
전세난이 없으려면 매물은 늘면서 동시에 가격은 그대로거나 떨어져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전세가는 임대차3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서서히 올랐고 매물은 늘어나긴 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역대급으로 적었기 때문에 2,3배가 늘었다 한들 절대적인 양 자체는 여전히 적다. 결국 당분간은 세입자들이 대출 금리와 월세를 저울질 하면서 전세 > 월세, 월세 > 전세를 오가는 불안한 시장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은 뉴스를 그대로 믿는 것이다. 직접 찾아보고 생각해보고 여러 각도의 의견을 듣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진짜 부동산 공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