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멀어지니 직주근접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의 도어투도어 거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5분, 대학교 때는 4~50분, 첫 직장은 1시간, 지금 직장은 1시간 10~20분 정도 걸린다.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10~20분씩 늘어나고 있는데다 환승도 2번이나 해야해서 삶의 질도 같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 지금 직장은 판교인데 신분당선은 기본요금 자체가 비싼데다 신사역에서 환승하면 추가요금이 500원 더 붙어서 편도 교통비가 3천원이 넘는다. 집-회사만 해도 하루에만 교통비로 6,500원 정도를 쓴다. 그나마 정기권을 끊으면 한 달 교통비를 몇 만원 정도 세이브할 수 있지만 기본 10만원 정도가 든다.
이렇다보니 나에게 직주근접은 너무나도 간절한 소원이다. 하지만 직주근접이 가능한 곳들은 하나같이 너무 비싸다. 판교 주변의 오피스텔은 월세 100만원이 기본이다. 오히려 강남 월세가 더 싸다. 그치만 강남에 살면 교통비로 10만원을 그대로 쓰다보니 판교에 사나 강남에 사나 똔똔이다. 그래서 회사사람들과 늘 진심 반 농담 반으로 판교에 오피스텔 하나 사두면 참 쏠쏠하겠다 이야기한다. (사실 난 실제로 그럴 의향이 아주 많다.)
이직 후에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해봤다. 지하철도 타보고 아빠 차를 빌려 자차 출퇴근도 해봤는데 어느 것이든 지옥같은건 매한가지였다. 피곤에 찌들어서 회사에 도착하면 진하게 밀려오는 현타에 직방을 켜서 원룸을 검색하고 또 다시 진한 현타가 밀려온다.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 한 몸 편하게 뉘일 곳이 없네.
왕복 2시간반 정도의 출퇴근을 하는 나를 보며 모두가 자취를 하는게 어떻겠냐 하지만 월세, 관리비, 생활비를 계산해보면 숨쉬는 비용만으로 200~250은 훅 나가버린다. 이럴거면 뭐하러 돈 벌지?란 생각이 들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내 몸뚱아리 하나 힘들고 말지란 결론이 나게 된다.
결혼을 해서 독립을 하면 직주근접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더더욱 좌절스럽다. 짝꿍의 직장은 광화문, 내 직장은 판교. 신분당선과 연결된 2,3,7,9호선 중에서 광화문과 판교의 중간 지점은 죽었다 깨나도 입성할 수 없는 강남이다. 강남 외에는 이수, 동작, 옥수, 금호 등 역시나 만만치 않은 곳들이다. 한 명이 희생하고자 광화문 근처에서 집을 찾으면 애초에 도심지라 집이 없고 판교, 분당으로 눈을 돌리면 여기도 집값이 만만치 않다. 감당 가능한 수준의 곳으로 눈을 돌리면 한명이 너무 고통스러운 출퇴근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예전에는 왜 '교통'과 '직장'이 중요한 입지 조건 중 하나인지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낀다. 우리 같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다녀야 하는 일개미들은 출퇴근 시간과 삶의 질이 직결되기에 주요 직장 지구 근처의 아파트 혹은 주요 직장 지구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갈 수 있는 교통을 갖춘 곳들은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살고 싶어하기에 비싼게 당연하다.
신혼집은 꼭 매매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우리인데 과연 내년에 우린 직주근접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