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집값은 떨어지고 미분양은 계속 쌓이고 청약 경쟁률도 뚝 떨어졌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미분양이 '쌓여간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미분양이 많이 늘었는지 확인해보자.
전국의 미분양이 올해 3월부터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서울은 2016년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가 최근들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부동산 침체기였던 2010년대초반의 미분양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즉, 최근 미분양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미분양이 '쌓인다'고 표현할 정도로 엄청난 양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서울의 경우 본격적인 상승 랠리가 시작되었던 2015년 후반부터, 전국적으로는 미친듯한 활황장이었던 2020년부터 지속됐던 '묻지마 청약'은 끝났다는 의미이다. 지금처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 부담스러운 시기에는 새아파트면 장땡이 아니다. 입지를 보고 가격을 보면서 옥석 가리기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최근 수도권에서 미분양 난 곳들은 어디일까?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이 반복된 단지들이다. 뉴스에 꽤나 많이 등장했던 일부 단지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
우선 서울에서 미분양이 났다며 뉴스에서 엄청나게 떠들어댔던 칸타빌 수유팰리스와 한화 포레나 미아를 먼저 보자. 이 두 단지가 미분양이 난 이유는 간단하다. '가치에 비해 너무 비싸서'이다. 두 단지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고분양가 논란이 많았다. 위치 또한 강북구로 서울이긴 하지만 외곽이라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이다.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아파트 이름에는 '수유'가 들어가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유역에서는 조금 떨어져있다. 물론 도보 8분 거리라서 도보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대로변도 아니고 골목 안쪽에 있어 약간 애매한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 학교가 없는 것도 문제다. 배정 초등학교가 쌍문초등학교인데 큰 길을 3번이나 건너서 13분을 걸어가야 한다.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호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주변은 시장골목과 오래된 주택가이다. 도로도 좁고 환경이 깔끔하지 않다. 주변 환경이 안좋아도 아파트 자체가 으리으리하다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216세대 1동짜리 아파트라 요즘 신축 아파트에는 응당 있어야 하는 커뮤니티 시설이나 인프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실상 신축 '아파트'라기 보다는 '아파텔'에 가깝다.
이렇게 교통, 학군, 환경,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입지가 안좋은데 분양가는 말도 안되게 높다.
대부분 소형 평수인데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59타입은 A타입이 약8억8천, B타입이 약9억3천이다. 9억이 넘어가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데 59B타입부터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분양가의 절대가만 비싼 것이 아니라 주변 시세 대비 상대적인 가격도 비싸다. 우이신설선 가오리역 바로 앞에 위치한 수유벽산 아파트의 25평은 6.1억, 한일병원 옆에 위치한 쌍문동삼성래미안 23평은 6.6억, 쌍문한양1차 아파트 27평은 7억이다.
물론 주변 아파트가 대부분 1980년대~2000년대 초반 구축이긴 하지만 칸타빌 수유가 신축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주변 아파트에 비해 나은 점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주변 시세보다 2~3억 비싼 9억의 분양가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최근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난 아파트들은 거의 다 이런식이다. 아파트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세대수가 적은 주상복합 혹은 아파텔이거나, 지하철역과 한참 멀리 떨어져있고, 위치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며 브랜드 역시 선호도가 높은 메이저 브랜드가 아니다.
결국 지금의 미분양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미분양이 난 것들이다. 부동산 시장이 정말로 침체되었고 사람들이 공포에 떨며 집을 사지 않는 때는 헬리오시티 같은 알짜배기 입지의 대단지가 미분양이 날 때이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속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