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자로는 不動産, 영어로는 immovables. 백과사전 정의는 '토지와 그 위의 정착물'이다.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토지와 건물을 이야기한다. 바꿔 말하면 부동산의 근원적인 입지는 태생적으로 정해져있으며 바뀌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개발을 통해 새로운 교통망이 구축되고 일자리가 들어서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환경으로 변하기도 한다. 원래 지하철이 없던 곳에 지하철이 새로 생긴다면 그 지역의 교통은 비약적으로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거리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김포를 예로 들어보자. 김포골드라인이 생기기 전까지 김포는 지하철이 없는 곳이었다. 김포 골드라인이 생긴 이후로 지하철 이용이 가능해지고 9호선을 이용하기 수월해졌지만 강남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풍무역에서 강남까지 갈 때 버스로도 1시간, 지하철로도 1시간이 걸린다. 김포에 사는 지인들에게 골드라인이 생겨서 교통이 많이 편해졌냐 물으면 확실히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좋지만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출퇴근 시간이 지옥같고 여전히 아침 7시반에 나오지 않으면 지각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최근에 4호선이 연장된 진접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진접역에서 강남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1시간 7분이 걸리는데 지하철을 타고가면 조금 더 걸리는데다 환승도 2번을 해야 한다. 만약 환승을 하지 않는다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물론 교통비는 2/3 수준으로 줄어들긴 하지만 시간은 더 늘어난다.
서울, 특히 강남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강남에 가장 많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은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꼭 강남이 아니더라도 여의도,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구까지의 거리는 부동산의 입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최근 큰 폭으로 집값이 조정받는 지역들 중에는 물론 잠실 같은 알짜입지들도 있지만 그 보다는 동탄, 송도 등 특히 GTX 호재로 집값이 붕 떴던 경기도 지역들 혹은 노도강과 같은 서울 외곽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중심 업무 지구에서 너무 멀다는 것이다. 동탄은 지하철이 있긴 하지만 SRT선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 송도에도 수인분당선, 인천1호선 등 지하철이 있긴 하지만 인천1호선은 인천1호선을 통과하는 노선이고 수인분당선은 인천-수원-분당을 잇는 노선이라 서울에 갈 땐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GTX가 들어선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GTX A노선을 제외한 B,C노선은 언제 현실화될 지 미지수인데다 A노선도 가장 핵심인 삼성역은 2028년은 되어야 개통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교통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고 느끼기 어렵다. 또 GTX는 현재 나온 안으로만 봐도 일반 지하철보다 값이 4~5배 비싸다. 민자 구간은 얼마나 더 비싸질지 모른다. 배차간격도 수도권 지하철 1~9호선보다 훨씬 길 가능성도 높다.
즉, GTX로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아질 수는 있지만 그만큼 더 많은 교통비를 지출해야 한다. 똑같이 강남까지 30분이 걸린다 한들 교통비 왕복 1만원을 지출하고 30분이 걸리는 것과 왕복 2,500원을 지출하고 30분이 걸리는 것은 효용이 다르다. 나머지가 같은 조건이라면 후자를 선호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노도강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뉴스에 많이 나오는 상계주공의 경우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강남까지 가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게다가 주거환경도 낙후되었다. 재건축 이슈가 있긴 하지만 일부 단지를 제외한 상계동, 중계동, 창동 등 노도강의 대부분 구축 아파트들의 세대당 평균 대지지분은 10평 내외로 사업성이 좋지 못하다. 사실상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운 수준의 대지지분이다.
결국 경기도나 서울 외곽 하급지가 이런 하락장에서 맥을 못추고 떨어지는 이유는 결국 근원적인 입지 때문이다. 특히 이런 지역들의 신축은 더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신축은 새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문제는 지금은 신축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축은 더 이상 신축이 아니라는 점이다. 준공 5년차까지는 귀한 신축 대접을 받지만 시간이 흐르면 구축이 되고 더이상 신축버프를 받지 못하고 근원적인 입지로 판단받게 된다.
지금 같은 하락장에서는 점점 거품이 걷히면서 투자자든 실수요자든 입지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다. '여기서 출퇴근하려면 왕복 2시간반, 3시간이 걸리는데 아무리 신축이라 해도 15억이 말이돼?'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현재 집값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지역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애초에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영원히 오르기만 하는 시장은 없다. 부동산은 가치가 단기간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는 있지만 그 전에 항상 근본적인 가치에 비해서 이 가격이 비싸진 않은지를 따져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