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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테크 Oct 19. 2022

만약 그 때 그 집을 샀더라면


유연석 재질의 글일 수도 있지만 요즘 들어 돈이 없어 달리는 말에 올라타지 못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연석 재질을 모르는 분들을 위한 설명


요즘 관심단지들의 실거래가를 보면 흠칫흠칫 놀랄 때가 많다. 올해 6월 부동산을 방문해서 매물을 봤던 A단지는 현재 호가가 4달만에 3억이 떨어졌다. 올해 8월 말에 방문했던 B단지는 실거래가가 4달만에 1억6천만원이 떨어졌다.




서울도 이런데 수원, 용인, 인천 등 수도권이나 포항, 대구 같은 지방은 낙폭이 더 크다. 드문드문 실거래가 찍히는 대부분의 단지들이 1~2년 전 가격으로 회귀했다. 호갱노노 검색 상위에 뜨는 단지들의 그래프를 보면 살벌하다. 이전의 높은 실거래가가 한두건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꽤 많은 거래가 이루어졌던지라 하락세를 부인할 수가 없다.



솔직히 작년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1년도 채 안되어 이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싶다. 금리 인상이 예견되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한번에 50bp, 70bp씩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1년 전에는 집이 없어서 벼락거지였지만 지금은 집이 있어서 벼락거지라는 소리가 나온다.



2020년, 2021년 부동산이 폭등하던 기이한 시장 상황 속에서 수많은 유튜버들이 지금이라도 영끌해서 집을 사지 않으면 영영 벼락거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자극적인 썸네일과 내용으로 분위기를 조장했었다. 심지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잠깐의 조정일 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의견이 주도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리해서 집을 사라고 한 적은 없다'라거나 '지금 집을 사는건 멍청한 짓'이라며 슬쩍 말을 바꾸고 있다.



분명 작년만 해도 몇십억 자산가라는 사람들이 유튜브에 넘쳐났었는데 다들 어디로 갔는지 1년만에 스르륵 자취를 감췄다. 올해 5월, 한 유명한 부동산 유튜브 채널에서 하는 강의를 들었었는데 강사 중 일부는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자산이 불어난 사람들이었다. 2020~2021년 부동산 폭등 덕분에 갖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을 형성한 사람들이었다.



그 강의에서는 갭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깔고 앉는 돈을 최소화하고 현금으로 놀리기보다는 부동산 갭투자를 통해서 자산을 형성하는 것이 부자되는 방법이자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강사들이 그 방법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그 방법에는 어떠한 흠결도 없는 것처럼 수강생들에게 주입했다. 그렇게 5주 간 강의를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지고 당장이라도 부동산에 달려가서 집을 사야할 것만 같았다. 나 혼자서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임장도 다니고 공부도 하다보니 조급함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투자를 하기엔 일한지 1년 반쯤 된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가 갖고 있는 돈은 기껏해야 몇천만원 정도였다. 서울 수도권은 갭이 몇 억씩 벌어져있었고 지방도 최소 1~2억의 갭이 벌어져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돈을 마련할 수 없어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설령 돈이 있었다고 해도 너무 비싸서 사기에는 망설여지는 가격이었다. 그랬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공부를 하고 돈을 모으는 것이 나에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다만 강의를 듣는 내내 끝끝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한 강사가 자신의 자산이 30억이라고 말했다. 그 중 순자산은 10억, 부채가 20억이었다. 전세를 끼고 샀기 때문에 전세금은 모두 만기가 되면 돌려줘야 하는 부채이다. 그럼 만약 역전세가 발생하면 그 돈은 어떻게 돌려주는거지? 집을 팔아서 돌려줄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최악의 경우 집이 팔리지 않는다면? 대출 규제 때문에 대출을 받기도 수월하지 않고 만기 도래 일시가 연속된다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순자산도 본인의 실투자금이 아니라 집값 상승분을 포함한 금액일텐데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면 자산이 쪼그라드는건가?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그 강사들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현재 시장은 급급매를 제외하고는 거의 거래가 되지 않는다. 실거래가는 1~2년전 가격으로 회귀했고 전세가격 역시 높은 금리 때문에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금이 낮아지고 있다. 과연 그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자산이 얼마라고 이야기할까? 역전세 때문에 자금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진 않을까? 새로운 궁금증이 들지만 자취를 감춰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얼마 전, 해당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고민 상담 영상을 봤다. 사연을 보낸 사람은 1년 동안 3채를 샀는데 그 중 전세를 준 1채가 최근에 자신들이 맞춘 전세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실거래가 되었다고 했다. 사연자뿐만 아니라 당시 나와 함께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 중에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꽤 있다. 만약 5개월 전에, 아니 작년에 집을 샀다면? 지금 나 또한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 뻔하다.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지 약 1년,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도 바뀌어버린 부동산 시장을 보면서 뼈저리게 배운 것이 있다.



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모두가 환희할 때야말로 끝물이다. 내 탐욕 역시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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