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끌족들 어쩌나' 혀를 쯧쯧 차는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너무 빠른 금리 인상에 영끌러들 허리가 휘는건 사실이다. 2% 정도 금리에 받은 주담대가 1년만에 금리가 5%대 혹은 그 이상으로 2배 이상 치솟았으니 부담이 안 될 수가 없다.이자 부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집값도 단기간에 고점 대비 2~30%씩 혹은 그 이상 떨어졌으니 피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출을 받아 집사는 행위가 나쁜걸까? 그건 아니다. 대출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사실 지금 이자 부담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너무 비싼 집을 사기 위해 자기 수준에 맞지 않게 많은 금액을 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도 어렵다.과연 그들이 바보라서, 생각이 없어서 그런 선택을 했던 걸까? 생각해보면 2030세대는 사회에 나오자마자 부동산 폭등장을 맞았다. 2013년부터 서울을 필두로 부동산 가격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고 2021년 말에 정점을 찍었다. 각자 사회에 나온 시기도 다 다르고 주택을 구매한 시기도 다 다르겠지만 2020년~2021년에 말도 안되게 과열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강박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2008년 이후로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었고 22020년엔 거의 제로 금리였다. 2030 세대는 높은 주담대 이자를 구경해본 적도 없고부동산 호황기만 겪었지 하락기, 침체기를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금리 인상과 부동산 하락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지난 10년간 상승장이 이어져왔기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더 오를 것이라는 확증 편향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이 2023년~2024년까지는 추가상승 여력이 있다고 호언장담했었다. 또 그 누구도 이렇게 단기간에 금리를 빠른 폭으로 인상하고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질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누칼협'이라며 자업자득이라고 욕한다. 물론 투자는 본인의 책임이긴 하다. 아무도 집 사라고 칼들고 협박하진 않았다. 그치만 그러기엔사회가 분위기를 조장하지 않았나 싶다. 모두가 다 집집집 타령이었다. 나조차도 부동산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회사에서 다들 입만 열면 집 얘기 밖에 하지 않아서였다.
물론 유튜버들의 말을 듣고, 집 산 친구를 보고 리스크 대비 없이 덜컥 몇억씩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건 생각이 짧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무작정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게 되어있다. 투잡을 하든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대출을 갚아나가거나,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급급매로 처분하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혹은 최악의 경우 경매로 넘어가거나.
지난 2년간 격렬했던 부동산 시장을 보며 배운 것이 있다.지금의 장밋빛 전망이 언제까지나 유효할 것이라는 착각은 절대 하지 말 것.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했을 때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반드시 시뮬레션 해 볼 것.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무리하지 않은 선택을 할 것.
그리고 무리한 선택으로 피눈물이 나는 자들을 비난하지 말 것. 나의 현재였을 수도 있고 나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