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테크 Nov 23. 2022

규제 해제가 죽은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다. 얼마전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과천, 성남 수정, 성남 분당, 광명, 하남)을 제외하고 전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DSR 40%는 그대로지만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LTV 완화, 15억 이상 주택 대출규제 폐지, 중도금 대출 12억원으로 상향 등 꽉꽉 막혀있던 대출 규제도 풀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가 되면 많은 것들이 바뀐다. 다주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1주택자도 기존 주택 처분 제한 조건 없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취득세 중과율도 낮아진다. 규제지역에서 취득세는 2주택 8%, 3주택 이상 12%인데 비규제지역에서는 3주택이 8%, 4주택 이상이 12%이다. 또 실거주 2년을 하지 않고 2년만 보유해도 양도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세를 돌리다가 매도하는 갭투자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규제 완화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과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규제 완화가 효과를 보려면 (1)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2)낮은 금리 부담 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 두가지가 전혀 충족되지 못한다.




얼마 전 발표된 미국 CPI 지수가 7.7%로 시장 전망치인 7.9%를 밑돌아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될거라는 기대감에 주식 시장이 일시에 폭등했었다. 하지만 7.7%이라는 숫자는 전망치 대비 낮은 것이지 연준의 타겟 물가상승률인 2%에 비하면 아직 너무나도 높은 수치이다.



그렇기에 미 연준은 금리인상 중단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 또 1970~1980년대 미국 물가가 잠시 안정되었을 때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자 다시 인플레이션이 살아났던 전례가 있던 만큼 내년이 되어도 빠르게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연준의 목표는 물가 안정이지 금융시장이나 자산시장의 안정이 아니다. 이번에 연준에서 '경기후퇴 없이 물가를 잡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 자산시장이 흔들리고 경기침체가 온다하더라도 한동안은 고금리 시대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이렇게 올리면 한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4%, 한국 기준금리 3%로 이미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갭이 더 커지면 커질수록 자금 유출도 더 빨라지기 때문에 가계부채 부실, 경기침체 등이 예견된다 하더라도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경기 부양을 위해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



이미 주담대 대출금리는 4%후반~5%초반대이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계속 된다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




게다가 현재 전국의 시세가 모두 하락세이다. 특히 대전, 대구, 인천, 세종 등의 하락폭이 심하며 서울과 경기도 완연한 하락세이다. 지역을 막론하고 고점 대비 20~30% 이상 하락하지 않은 단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웬만큼 가격을 낮춘 급매가 아니라면 거래도 거의 되지 않고 그런 급매조차 빠르게 소화되지 않는 시장이다.



집을 사서 최소한 가격이 유지되어서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집을 살텐데 지금은 하루가 멀다하고 집값이 떨어지고 낙폭도 크다보니 굳이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 빚을 내서 살 이유가 없다. 이렇게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착화되면 마음속에 정해둔 희망 매매가가 계속 낮아지기 때문에 점점 거래는 줄어들고 집값도 점점 더 떨어지게 된다.



반면 각종 규제 해제로 인해 매도자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없다면 지금 당장 빨리 집을 팔 이유가 없어졌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으로 실거주 비과세 요건이 없어졌고 추가적인 규제 해제가 기대되기 때문에 굳이 지금 몇억씩 낮춘 가격에 급매로 파는 것보단 매물을 거두고 관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실제로 규제지역 해제 발표 이후 닷새만에 전국 매물이 약 1만 4천건 줄어들었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인천, 경기 등만 줄어든게 아니라 서울도 추가로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물이 줄어들었다.



규제완화가 매도자의 팔고자 하는 심리를 눌렀고 높은 금리가 매수자의 사고자 하는 마음을 없앴다. 부동산은 결국 심리이다. 규제 완화만으로 이런 심리를 한번에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