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끌거지라는 말이 새로 등장했다. 지난 상승장에서 영끌해서 집을 샀다가 하락장이 되어 빚에 허덕이는 1주택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2008년 이후 등장했던 하우스푸어라는 말도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집을 샀다가 집값이 폭락하면서 벼락거지가 되어버린 1주택자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왜 하락장에서는 1주택자가 버티기 더 힘든걸까? 하락장에서 1주택자들은 자신의 자본금이 갉아먹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2020년, 2021년에 집을 산 사람들은 지금 본인이 산 가격보다 집값이 떨어진 경험을 하고 있다. 9억짜리 집을 자기자본 4억 빚 5억을 주고 샀는데 2년만에 그 집이 7억, 8억이 됐다.
5억을 30년 만기 연이율 3%로 빌리는 경우 매달 갚는 원금은 90만원 남짓, 이자는 120만원 정도이다. 매월 210만원의 원리금을 갚지만 원금보다 이자가 더 나간다. 아무리 열심히 2년간 꼬박꼬박 대출 상환을 했어도 2년간 갚은 원금은 겨우 2천만원 남짓, 아직도 4억8천만원 가량의 빚이 남아있다.
빚은 거의 그대로인데 집값은 1~2억이 떨어졌다면 소중한 내 돈, 자기자본금 4억원이 2~3억원으로 댕강 반토막이 난거다. 2년간 빡세게 빚을 갚았어도 빚은 거의 줄어들지도 않았는데 몇년을 힘들게 모은 2억이 순식간에 날라가버린거다. 원래도 내 돈보다 빚이 더 많았는데 이젠 내 돈은 반밖에 안남아있고 빚은 그대로다.
물론 팔지 않으면 손실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니 버텨도 된다. 문제는 빚이 많으면 버티기가 힘들다는거다.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어도 만약 본인 돈 7억에 빚 2억을 껴서 집을 산 사람이라면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덜 하다.
만약 지금처럼 금리 인상 속도도 빠르다면 더더욱 버티기가 힘들다. 3% 이율로 가정했을 때도 원리금 상환액이 매월 210만원인데 만약 대출이자가 6%로 올랐다면 매월 원리금 상환액은 300만원에 달한다. 맞벌이 2인 가구도 부담하기 꽤 벅찬 금액인데 만약 자녀까지 있다면 더더욱 버티기가 어렵다. 더 환장할 노릇은 원리금 상환액의 80%가 이자라는 점이다. 아무리 열심히 갚아도 은행에 이자만 갖다 바치는 것이지 원금이 줄어드는 속도는 미미하다.
영끌거지는 1주택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일으켜 갭투자로 집의 채수를 늘려온 다주택자들도 마찬가지다. 상승장에선 전세가가 높아 투자금이 얼마 들지 않아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전세가가 한참 낮아졌다. 새로 전세입자를 구한다 해도 자기자본없이 무리하게 갭투자를 한 자들은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다.
그래서 요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전세금 미반환 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있고 집주인이 역으로 세입자에게 월세를 지급하는 역월세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시장은 늘 변동성이 있다. 아주 장기간으로 본다면 우상향하지만 그 안에서는 상승하기도, 하락하기도 한다. 그리고 하락장은 정말 살벌하다. 하락장에서도 버틸 체력을 가지려면 결국 '내 돈'이 많아야 한다. 내 처지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끌어다 쓰는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투자에서 레버리지는 좋은 도구이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