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테크 Dec 26. 2022

1주택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다주택자는 투기꾼, 1주택자는 선량한 실수요자. 이게 지난 부동산 시장에서의 프레임이었다. 정부에서는 다주택자들에게 취득세 중과, 양도세 중과 등 각종 세금 중과라는 패널티를 준다. 세금을 많이 부과한다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것과 동일하다.



요즘 전세 사기와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많아지면서 무리하게 갭투자를 한 사람들 혹은 조직적으로 사기 범죄를 저지른 투기꾼들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은 더더욱 나빠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흑백논리 프레임은 눈을 흐리게 만든다.



1주택만으로는 부자가 되기 힘들다. 대부분의 1주택자들은 몇 년 간 열심히 모아온 돈에 은행 대출을 껴서 집을 장만한다. 그리고 매월 꼬박꼬박 성실하게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조금씩 빚을 갚고 마침내 빚을 다 갚아 온전한 내 집을 갖게 된다. 그러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3억을 30년 4.5% 고정금리로 주담대를 받는다면 30년간 내는 총 이자액이 원금의 80%가 넘는 2억 4700만원이다. 대부분은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받기 때문에 30년간 내는 이자는 이보다 더 클 수도, 더 작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상당한 금액을 이자로 지불하게 된다. 빌린 돈은 3억이지만 거의 5억 5천만원을 갚는 셈이다. 만약 이자가 5.5% 이상이라면 상환하는 이자가 원금보다 더 커진다.



물론 30년 동안 한 집에 살면서 내내 대출을 갚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간에 이사를 가기도 하고 목돈이 들어왔을 때 중도상환을 하면서 더 빨리 대출을 갚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1주택을 계속 갈아타기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그 또한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보자. 6억짜리 집을 3억 내 돈, 3억 대출로 사서 열심히 대출을 갚았다. 몇 년 살다보니 집도 점점 낡아가고 조금 더 좋은 집, 좋은 동네,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갑자기 형편이 안 좋아져서 어쩔 수 없이 집을 팔고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 사는 곳보다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것이 당연한 사람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사 가고 싶은 집은 당연히 내 집보다 비싸다. 다행히 살고 있는 집의 가격도 8억으로 오르고 대출금도 1억 정도 갚아 여유 자금이 생겼지만 새로 이사가고 싶은 집은 그것보다 더 비싼 10억이다. 집을 팔고 대출을 갚고 남은 돈은 6억 정도, 처음 집을 샀을 때보다 3억이나 여유돈이 더 생겼지만 내가 가고 싶은 집에 가려면 돈이 턱없이 모자라 4억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또 다시 대출을 받는다. 그리고 성실하게 빚을 갚는다. 내가 빌린 원금에 상응하는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면서 빚을 갚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또 빚을 내고, 또 빚을 갚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계속되는 갈아타기에 성공한다 해도 강남의 몇십억대 아파트에 입성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한 단계씩 내가 업그레이드 하는 그 긴 세월동안 훨씬 더 상급지의 좋은 아파트들은 훨씬 더 빠른 폭으로 가격이 오른다. 게다가 항상 타이밍이 좋게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승장에서는 내 집이 오른 것보다 내가 이사가고싶은 집이 더 많이 올랐을 수 있고 하락장에서는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조차 갈 수 없을 수 있다.



물론 다주택자가 되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각종 세금에 역전세 리스크에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무리한 투자를 했다간 크게 휘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무리하지 않고 투자를 한다면 매도 후 시세차익도 얻거나 임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내 자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내 재산의 대부부을 엉덩이 밑에 깔고 앉고 사는 것보다는 부자가 되는 길에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