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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 Oct 08. 2020

자전거 너머로 보이는 것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 사는 법을 배우다














메모 앱, 사용하고 계신가요? 저는 '에버노트'를 애용합니다. 웹툰 글 콘티, 인스타툰 소재, 글거리, 버킷리스트 등 여러 아이디어를 카테고리별로 정리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중 가장 아끼는 카테고리는 '밑줄'이에요. 주로 일상에서 발견한 한마디들을 적어둡니다. 친구와의 대화, 인터넷 기사나 짤에서 본 댓글, 라디오나 TV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인상 깊은 말 등을 기록해둡니다. 특히 실재했던 대화는 날짜와 이야기를 나눈 인물을 함께 적어 놓습니다. 그날의 생동감을 잃고 싶지 않아서요. 그리곤 작품 대사나 내레이션이 필요하거나 글을 시작하기 전 '밑줄'을 중심으로 이야기 틀을 꾸립니다.


오늘 그린 자전거 이야기도 '밑줄'에서 가져왔어요. 2019년 6월 19일, 템플스테이에서 만난 동갑내기 작가님과 망원동 나들이를 하던 날이네요. 커피보단 차를 좋아하는 둘이서 작고 소담한 망원동 골목들을 걷다가 마주한 풍경이었지요. 사실, 학창 시절 자전거 사고로 간단한 봉합 수술(?)을 한 이후 자전거는 쳐다보지도 않고 살았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로 치닫을 때 들리던 바람 소리와, 부분 마취로 이마를 꿰맬 때 서걱거리던 바늘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한데 아이들의 대화가 사뭇 진지해서 순간 자전거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날이었어요.


때론 아이들의 담백한 눈높이가 어른들에게 큰 울림을 줄 때가 있지요. 하는 일, 다잡은 마음가짐이 기대만큼 잘 풀리지 않을 때 '내가 너무 뒤처지는 건 아닐까' 자책하곤 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꼬맹이들의 이 대화를 떠올리려고요. 

"페달을 보지 말고 저 멀리 앞을 봐."

어차피 자전거는 굴러갈 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쳇바퀴를 돌려도 괜찮다는 아이들의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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