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소다의 뉴페이스가 등장했다
탄산과 음악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릴 때는 무조건 강한 것! 더 센 것!을 외쳤다. 음악으로 치면 강렬한 비트의 댄스음악, 지옥불에서 돌아온 악마처럼 쿵쿵거리는 밴드음악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럽고 절제미가 있는 것들을 찾게 된다. 뭐랄까, 적당함의 미덕을 알게 된달까?
오늘 소개할 데미소다도 역시 그렇다. 솔직히 데미소다는 내 첫사랑 탄산음료는 아니었다. 어릴 때는 특유의 탄산량이 그렇게 시시해 보일 수가 없었다. 탄산은 자고로 말이야! 목을 캬악~ 긁어야지! 힘세고 강해야 한다고! 그런데 이제 내 목이 강한 탄산을 못 견딜 때가 있더라고.
시간이 흐를수록 데미소다만의 탄산감이 그리워졌다. 여기에 자취생의 얄싹한 지갑으로도 마트 청과코너를 떠올리게 만드는 다채로운 과일맛까지. 너 굉장히 훌륭한 녀석이었구나. 그동안 내가 몰라봐서 미안해. 그날 이후 나는 데친자(데미소다에 미친 자)가 되었다.
웰치는 포도, 환타는 오렌지맛이라면 데미소다의 근본은 사과라고들 말한다. 데미소다는 사과음료의 명가가 아니던가. 다른 사과맛 음료를 마시면 ‘어? 이거 데미소다 같아'라고 말을 할 만큼, 웬만한 사과맛 음료의 표준점, 북극성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하물며 청사과를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들도 사람들도 데미소다로 청사과를 배웠으니까.
그런데 '레드애플'이라니. 향기를 맡자마자 산뜻한 사과향이 피어오른다. 잔에 따르니 오밀조밀한 탄산방울이 사르르 소리를 내며 퍼진다. 비주얼만은 마치 화이트 와인 같다. 근사한 와인잔에 담는다면 친구들과 홈파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만큼 아리따운 모습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레드애플맛을 열어보았다. 할머니집 찬장에서 꺼낸 것 같은 달달한 사과내음이 훅 풍긴다. 진짜 사과나무를 떠올리게 할 만큼 짙은 사과향이 느껴진다. 기존 데미소다 애플맛은 풋풋한 청춘의 느낌처럼 아삭하고 상큼한 맛이 기반이 된 탄산음료였다. 하지만 레드애플은 그보다 농익었다. 반질반질하고 담백한 사과의 맛이 느껴진다. 추석에 들어오는 붉은 사과 같다고 할까?
이번에는 망고맛이다. 솔직히 망고는 음료계의 치트키다. 망고맛을 넣고서는 실패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런 데미소다가 레드애플과 함께 망고맛을 골랐다.
망고맛 데미소다의 캔뚜껑을 열어보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제법이다. 동남아 길거리에서 나는 진한 망고향이 느껴진다. 정확히는 동남아 여행에서 볼 수 있는 망고 스무디의 향기가 난다. 망고를 두어 개쯤 갈아 넣었을 때 풍기는 향기처럼 굉장히 진하고 달큰한 망고다. 그래서 동남아를 가봤냐고? 안 가본 사람도 그렇게 느낄 맛이 난다고...
그렇다. 망고 특유의 나른하고 달콤한 맛이 내가 지금 휴양지로 해외여행을 떠나왔나 착각을 들게 만들 정도다. 개인적으로 몬스터 중에 가장 맛있었던 '몬스터 망고로코'의 망고맛이 데미소다에서도 느껴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의 망고맛 음료들은 걸쭉함을 내세운다면, 데미소다 망고는 가볍고 깔끔하게 넘어간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까?
데미소다의 미덕은 심플한 과일맛에 있다. 정직하게 이름 그대로의 맛이 나니까. 빨갛고 노란 과일들의 모습을 보다가 궁금해졌다. 가만… 애플..망고.. 너네 둘을 한 번 섞어보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망고 중에 망고, 프리미엄한 애플망고가 되는 것이 아닐까?
데미소다 레드애플과 망고를 1:1의 비율로 섞어서 맛을 보았다. 첫맛은 사과즙을 먹는 듯 상큼한 사과맛이 포문을 열고, 끝에서는 망고의 단아한 단맛으로 맺음이 된다.
... 데미소다. 애플망고 빨리 만들어줘요.
애플, 레몬, 복숭아, 청포도에 이어 레드애플과 망고까지. 데미소다는 여느 과일가게 부럽지 않은 라인업을 갖게 되었다. 한국인에게 어떤 과일을 제일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고개를 들어 당신이 마셨던 데미소다를 되돌아보라고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그만큼 기대가 되는 과일탄산음료다. 적당한 탄산감에 적당하지 않은 과일풍미, 이걸 모두 숨기고 있는 클래식한 외관까지. 데친자만 알고 싶은 탄산음료. 데미소다의 다음 과일 맛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