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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Dec 17. 2020

코로나가 일상용어가 된 아이들

코로나 시국, 아이들과 함께 견디는 시간

며칠 전 둘째에게 공룡 티셔츠를 입혔는데 옷이 맘에 들었는지 한 마디 한다.


"코로나 끝나고 어린이집 가면. 이거 입고 가서 지아 보여줄 거야"


그 다음날 아침, 자고 일어나 한 마디 한다. 


"나 일찍 일어났어. 어린이집 갈 수 있어"


공룡 티셔츠 입고 어린이집을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허나, 코로나 시국에 보낼 수 없으니 아이를 또 달랜다. 


"코로나 때문에 못 가. 잠잠해지면 가자"

"코로나 때문에 못 가?"


코로나 끝나고 가야 한다고 하니 또 알았다고 한다. 둘째에겐, 아니 아이들에겐 코로나가 일상 용어가 되었다. 마스크가 생활 필수품이 된 것처럼 코로나는 자주 아이들 입에 등장한다.


"나 코로나 끝나면, 바다 보러갈 거야. 엄마랑 아빠랑 형아랑"

"코로나 끝나면, 기차 타고 싶어"


첫째는 코로나가 끝나면, 곤충 박물관에 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밖에 잠깐 나갔다 와도 손을 씻는다. 유치원에서 배운 손 씻는 방법을 동생에게도 가르 친다. 어쩌나 동생이 손을 안 씻고 방으로 들어가면, 첫째는 기어이 끌고 와서 손을 씻긴다. 그때마다 한 마디씩 하는데 섬뜩하다^^;;;


"이러다 코로나 걸려. 그러면 죽어"

"코로나 걸리면 죽어?"

"죽어"


옆에서 듣기 참으로 불편하지만, 아이들에게 코로나라는 용어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동생이 마스크를 안 쓰겠다고 하니 첫째가 또 한 소리 한다.


"엘리베이터에선 마스크 안 써도 되는 줄 알아?"

"응"

"써야 돼. 코로나가 없어질 줄 알아? 평생 안 없어져"


악담도 이런 악담이 없다. 옆에서 듣던 택배 아저씨도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엄마 입장에선 맘이 편치 않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린 이런 걱정 없이 동네를 돌아다녔고, 박물관과 동물원도 자주 갔으며, 밤에는 루미날레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파괴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내년이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입학의 기분도 많이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아마도 백신이 나오기 전까진, 화상 수업이 대부분일 것이다. 점점 더 또래와 어울리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학원을 보내지도 않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학원도 맘대로 보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가끔 예전 사진을 볼 때 첫째는 얘기한다. 이건 코로나 없었을 때냐고 묻는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진이 많았던 시절이 그립다. 지금은 아이들과 밖에 외출을 해도 사진 찍을 때 기분이 예전만 못하다. 찍을 때마다 마스크를 벗길 수 없으니, 마스크로 반쯤 가려진 얼굴을 찍을 수밖에 없다. 이 사진으로 남는 건 코로나와 함께한 기억일 것이다.


어제는 코로나 때문에 카페에 갈 수 없어 집에서 일을 했다. 안방 화장대 쪽에 들어가 나의 전용 자리에 상을 펴고 일을 했다. 밖에서는 아이들의 고성과 웃음소리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둘째가 와서 내게 고백을 한다.


"엄마 보고 싶었어"


엄마가 멀리 간 것도 아닌데 잠시 일 때문에 함께 있지 않은 것뿐인데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이의 말에 웃음이 번진다.  코로나로 인해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있고, 우리는 점점 더 친해지고 있다. 아이들의 추억도 다른 방식으로 쌓여간다. 육아는 질량보존의 법칙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시간을 오래가질수록, 추억이 많을수록,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눌수록 가까워지는 게 사실이니까.


관계는 일단 접촉에서부터 시작한다. 코로나로 외부의 접촉은 차단됐지만,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는 매일 밀접촉자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 

이 시국을 현명하게 견디는 방법은 결국 가족애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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