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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Apr 24. 2021

워킹맘도, 전업맘도 아닌 그 어딘가에 재택근무맘

엄마를 울린 동화책  '엄마의 이상한 출근길'

주문한 동화책을 받았다. 김영진 가의 ‘엄마의 이상한 출근길'이란 동화였다. 김영진 작가의 그림은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로 익숙했던 터라 신간이 나오자마자 주문했다. 엄마가 날개를  표지그림을 보면서 워킹맘 엄마의 신공을 보여주는 책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장에서 나는 와락 눈물을 떨어뜨렸다. 예기치못한 나의 반응에 다시 책을 펼쳤다. 동화를 읽고, 마음이 출렁거리다니... 오랜만에  나는 눈물을 흘렸을까?


대략의 스토리는 이러하다.

워킹맘 엄마는 유난히 바쁠 수밖에 없다. 이날따라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는 엄마는 아이를 빨리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달린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준다. 그리고 바쁜 엄마를 위한 비책을 하나 생각했다.


그 때문인지 그날 따라 엄마의 출근길은 수월했다. 기적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기적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그리고 그 행운은 발표하는 끝까지 이어졌고, 엄마의 표정도 환해졌다.


이 모든게 알고보니 아이 때문임을 알게 된 엄마는 창문을 응시하며 아이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스포를 최대한 자제해서 정리한 내용이다. 결국 워킹맘의 원동력은 아이일 수밖에 없음을 공감하고 만다.


사실 나는 워킹맘은 아니다. 매일 출근하는 일상의 위대함 앞에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재택근무로 간헐적으로 일을 하는데 바쁠 때는 너무 바쁘고, 한가할 땐 한가하다. 적당한건 사실 없다. 일의 강도가 만만치 않아 매번 허덕대면서 일을 헤치운다.


그러다 가끔 출근을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퇴근길 나의 발걸음은 점점 빨리진다. 가속페달을 밟는 것처럼 점점더 급해진다. 집에서 두 아이들을 별일없이 잘 놀고 있는데, 괜히 내맘만 편치 않은 것이다. 길가다 간식거리가 눈에 보이면, 빠르게 스캔해 후다닥 사서 가방에 넣는다. 아이들이 잘 먹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또 다시 달린다.


그렇게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둘째가 달려온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를 외치는 그 입모양이 어찌나 귀여운지 이 모습이 보고 싶어 달려온건가싶다. 쌓였던 스트레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가끔 나가서 일하다 오는게 좋다라는 생각도 해본다.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며 부딪치는 것도 지속되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러다 한 친구가 생각났다. 예전 살던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친구가 살았다. 그렇다하더라도 자주 본건 아니지만, 만삭 때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으로 놀러간 적이 있었다. 친구는 당시 초등 2학년, 유치원생 7살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둘째를 낳고서부터 친구는 일을 그만뒀다. 워낙에 힘든 영업일이라 그정도 버텼으면 대단하다고 얘기하곤 했다. 힘든만큼 보수가 나쁘진 않았다. 게다가 친구는 신혼 초 집을 구매했기에 돈을 벌어야했다. 그러다 둘째를 낳고 몸도 좋지 않아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물론 친구는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노동의 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전업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중간중간 무언가를 해보려했지만, 다시 배워 새로운 직종으로 일을 한다고 해도 보수가 낮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격증 공부를 한다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다며 배워서 뭘할까라는 말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뭔가 해보는건 어때라고 물어봤을 때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당장 돈을 벌 수 없잖아. 자격증 딴다고 바로 일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지지부진하게 또 그 과정을 겪어야된다고? 애들은 또 누가 봐주냐”


물론 그 친구는 남편의 뛰어난(?) 투자실력으로 강남 아파트에 입주해 살고 있다.  친구가 돈을 벌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의 경우, 일을 해야하니 가끔 일하지 않아도 되는 그 친구가 부럽기도 했다. 매일 출근하는 워킹맘이 부럽다가도, 일하지 않아도 되는 전업맘이 부럽기도 하고. 나는 옆으로 눈을 돌리면 내 상황에 절망했던 시절도 있었다.


완벽한 워킹맘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업맘도 아닌 나. 재택근무맘은 일상 속에서 성과가 바뀐다. 아이들과의 관계과 컨디션에 따라 하루를 폭망하고, 또 어떤 날은 좋은 결과값을 얻는다. 조금씩 미리미리 일을 해야겠다고 매번 다짐하지만, 다짐할 때마다 큰 산이 떡하니 내 앞을 가로막는데. 지난 주 내내 둘째는 열이 있어 어린이집을 가지 않았고, 첫째마저 주말을 앞둔 금요일날 몸이 안좋아 학교에 못갔다. 코로나의심증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다음주에는 상태를 확인해서 의사소견서를 들고 학교에 가야한다. 어쩌면 지금 콧물증상이 계속되면 학교에 못갈 수도 있다.


결국 매번 일을 할 때마다 발을 동동거린다. 남편도 바빠서 주말동안 틈틈히 재택근무를 해야한다. 이래저래 일과 육아 앞에서 지지부진한 경험을 쌓고 있다. 다시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출근하고 싶어. 출근하는게 꿈이야, 어디든"


동네 엄마들끼리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쇼핑하러 아침 지하철을 타는 내내 동네엄마들끼리 얘기했다고 한다. 전업맘들도 다 돈을 벌고 싶어하는건 다 마찬가지이다.


"우리 이대로 출근하러 가는 길이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씁쓸해졌다. 솔직히 내가 워킹맘이 되지 못한 이유나 친구가 워킹맘이 되지 못한 이유는 동일했다. 우리는 직계가족 중에 아이를 봐줄 그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다. 애를 봐줄 수 있는 좋은 분을 만나면 좋겠지만, 나와 친구처럼 예민한 이들에겐 그런 결단내리기 쉽지 않고,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일 자체가 출퇴근이 정해져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워킹맘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부럽기도 한게 사실이었다.


같은 업종에 일하는 친구와 얼마전 통화했다. 친구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친정집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일을 하겠다고, 제대로 일을 하겠다고 칼을 뽑았을 때 옆에서 도움을 줄 가족의 적극적인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 물론 계산했더라고 우리 엄마에게 맡기진 않았겠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쓸쓸해졌다. 우리 엄마는 지금 오빠네에 가있다. 새언니가 직장을 다시 나가게 되면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신다.


그래서 좀더 내가 단련이 되어야한다고 다짐한다. 꿋꿋하게 버티기 위해 나를 열심히 가동시켜야한다고 말이다. 그러다 두 아이들이 동시에 떼를 쓴다거나 둘이 싸우면, 긍정으로 쌓아둔 에너지들이 다시 바닥으로 향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버럭하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육아산맥에서 헤매다 울음을 참고 있다.


육아에 있어 시간총량의 법칙을 믿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양이 나는 풍족한 편이니까. 문제는 시간의 질이니 나는 그 질에 좀더 집중하기로했다. 그 시간의 질 속에 엄마가 아닌, 나란 존재에 대한 질도 포함된다. 그래서 가끔 둘이 놀고 있으면 슬쩍 빠져나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한다. 물론 몇분 못가 애들에게 소환되지만,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결국 매일 출퇴근하는 워킹맘이나 전업맘이나 나처럼 어중간한 재택근무맘이나 우리는 각자 최적의 방법으로 육아의 시간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저 지금의 시간들이 잘 지나가길, 훗날 생각해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생애 한 점이 되길 바랄 뿐이다. 어쨌거나 엄마들은 자신의 시간을 갈아 아이들에게 수혈하고 있다.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길 바라고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도 더이상 워킹맘이나 전업맘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중간하지만, 또 그렇게 사는게 재택근무맘의 일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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