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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Jul 05. 2021

소금쟁이처럼 어쩜 나에게 필요한 도약

비오는 날의 소고

일요일 오전, 아침부터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카페로 가는 길은 천변길로 택했다. 장마라 비가 온다. 천변길은 울퉁불퉁하다. 평평한 아스팔트와는 길의 질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길 중간중간 물 웅덩이가 생긴다. 웅덩이 안에 작은 생명체들이 통통 뛰어 다닌다. 자세히 보니 소금쟁이다. 물 위에 둥둥 뛰어다니는 소금쟁이만 보아왔는데 찰랑대는 물에서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빗속에서도 저리도 자신의 빛나는 생을 즐기다니. 드넓은 자연의 세계, 나와 동일한 날씨 속에 사는 소금쟁이를 관조한다. 소금쟁이는 아침부터 열심히 생을 가열하고 있다. 생에 대한 뜨거운 열망은 사람이나 소금쟁이나 동일하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불현듯 든 생각이다. 어쩌면 나의 지난 생은 중도포기의 삶이 아니었을까? 해보기도 전에 포기해버리고, 또 아쉬워하도, 다시 도전하고, 그러다 포기해버린 삶. 일이 내 삶을 잡아먹고 있을 때도 그랬다. 그때 왜 나는 좀 더 과감하지 못했을까. 충분히 즐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리도 왜 나를 우울의 늪으로 집어넣었을까. 



7월부터 좀 바빠졌다. 마음도 번잡해졌다. 좀 더 집중해야 할 시간들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의 흐름은 꽤나 격동적일 것 같다. 나의 시간을 열심히 가동해야 한다. 지난 시간의 루틴에서도 좀 더 벗어나야 할 것 같다. 소금쟁이처럼 어떤 물 위에서도 몸을 그 흐름에 맡겨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내내 고여있던 나의 일상에 갑자기 찰랑거린다. 찰랑대는 시간의 물결 위에 번지는 잔주름을 응시한다. 물결과 물결 사이, 패인 골이 내 근심의 깊이였을까? 자주 찰랑대다 보면 골의 깊이도 점점 더 얕아지겠지. 나의 마음도 그러겠지. 나는 꽤나 괜찮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제 또 나의 깊은 골 속에 빠져볼까. 또 언제 한 번 깊게 나를 팔 수 있는 때가 또 올까. 



소금쟁이가 제 생 위를 통통거리도 점프를 할 때 나도 이제 도약의 필요성을 느낀다. 걷다가 뛰다가 뛰어오르다가 내려오다가 다시 멈춤의 시간. 이런 반복이 계속된다. 생의 패턴화에 익숙해지면, 절망이란 가장 쓸데없는 감정 소비이다.  어느 순간 나는 뛰어오를 것이다. 언젠가는 다시 멈추겠지만 뛰어올라야 할 땐 점프에 전념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먹물처럼 번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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