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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Oct 03. 2021

아이 목에 생선가시가 걸렸을 때

최선을 다해 가시 제거에 집중해야하는 이유

기어이 터질 것이 터졌다. 그동안 너무 자신만만하게 생각했었다. 촉각이 예민한 우리 아이들은 가시가 목에 걸리는 일은 절대 생기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좋아하는 첫째가 언젠가부터 생선을 최대가 크게 해서 달라고 했다. 조기는 잔가시가 많아서 가시를 바르다 보면 생선살이 쪼개진다. 그래서 큰 살덩이를 유지하려면 좀 더 세심하게 가시를 하나하나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어제는 친정집에 와있는 상황이었고, 언니가 구워준 조기는 기존 집에서 먹던 것보다 더 컸다. 둘째를 먹이면서 언니와 얘기를 하다가, 가시를 채 발라내지 못한 살점을 먹어버린 모양이다. 



갑자기 둘째는 울상이 되었다. 입꼬리가 내려가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찬다. 달래면서 밥을 한술 먹인다. 미지근한 물도 한 모금 먹인다. 밥과 물을 반복했지만 아이는 계속 울상이다. 결국 인터넷에 들어가 대처법을 찾는다. 민간요법으로 전해지는 밥 먹이기는 나중의 식도를 긁어나하는 등의 상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한다.  날달걀을 먹이거나 식초물을 타서 생선가시를 연하게 만들어서 내려가게 하라는 방법도 있었다. 아이의 경우 편도가 크니 입을 크게 벌린 후, 편도 쪽으로 걸린 가시가 있으면 인위적인 힘을 가해 제거하라고 한다.



결국 계란 노른자만 덜 익혀 아이에게 먹였다. 입을 벌리게 한 후, 편도 쪽에 가시가 박혔는지도 확인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아이 울음소리만 더 커졌을 뿐이다.



"우왕~~~~~앙 아앙 앙"



아이는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걸린 것 같냐고 물어보면 고개만 끄덕였다. 엄마 품에 딱 붙어서 앞으로의 행보의 귀를 기울이는 사이. 결국 병원에 가기로 했다. 건강 정보 기사에서는 억지로 무리하지 말고 병원에 가라는 기사만 수십 개 봤다. 언니는 옆에서 뭐야 기사들을 찾아 읽을수록 무섭다는 말만 반복했다. 둘째는 더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나는 결국 둘째에게 우리가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가시가 목에 걸린 건지 아닌지 확인하는 거라고 달랬다. 토요일 저녁, 어둑어둑해진 밤의 택시를 불러 근처 소아응급실로 향했다. 아이는 말이 없었다. 응급실 접수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진료에 들어갔다. 목을 확인해 봤지만 가시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엑스레이를 찍었다.



작은 아이에게 엑스레이를 찍게 하고 싶진 않았다. 총 3번을 찍었는데 방사선의 위험성을 떠올리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판독 결과가 나왔다.



"가시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추후 열이 오르거나 숨이 고르지 못하면 다시 오세요"



의사의 말을 나도, 아이도 마음이 편해졌다. 퇴원 수속을 하는 순간부터 아이는 말이 많아졌다.



"엄마 나 저거 탈 거야(에스컬레이터), 지하철 탈 때 저거 탈 거야, 코로나 끝나면"



나는 그래, 그래를 연발하며 웃음을 지었다.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나 여하튼 아이의  가시가 사라져줘서 감사할 뿐이었다. 목에 걸린 가시가 식도 밑으로 내려갔어도 그 느낌은 잔존하기 때문에 아이는 계속 목에 가시가 걸린 느낌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울면서도 병원에 와서도 의젓하게 진료를 받은 둘째가 대견했다.



집 근처에서 내려 걸어오는 길, 아이는 나무가 많은 길을 걸으면서 산에 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나무도 많고 꽃도 많고 산에 오르는 것 같다는 말만 반복했다. 근처 마트에 들려 간식을 사려는데 아이가 고른 건 문어숙회이다.



"나 이거 내일 집에 가서 저녁에 먹을래"



저녁 메뉴까지 선정하는 여유를 보이면서 짧고 굵은 가시 해프닝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당분간은 생선을 거부할 것이다. 만약에 먹는다 하더라고 검증에 검증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면, 결국 엄마는 자신의 부주의를 자책하게 된다. 아직 나의 육아는 현재진행형이고, 가끔은 육아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충동에 빠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세심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4살 아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아이가 말이 빨라 가끔 잊는다. 4살 아이는 아직 엄마의 절대적인 보육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은 것 또 하다. 건강 관련 기사들의 마지막은 결국 전문의를 찾아라, 병원에 가서 직접 진료를 받아라~라고 마무리를 하는 이유에 대해 깨달았다. 결국 기사를 보고 실행에 옮긴 독자들이 그 기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면피용으로라도 마무리는 병원에 가라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민간요법식으로 썼다가는 항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를 대비해 '그래서 병원에 가라고 하지 않았냐"라는 항변을 할 수 있는 루트를 뚫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목에 가시가 걸렸다가 내려오는 도중 식도를 찌를 경우 천공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만에 하나가 걱정돼서 나 역시 병원에 찾은 것이다. 일단 닥치고 생선 먹을 때 가시 제거에 최선을 다하자! 가 오늘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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