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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Jul 31. 2020

에필로그 - 이 세계가 끝나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아날로그 여행과 청춘의 공통점 '방황'

몇몇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진정한 21세기가 시작됐다고 평했다. 이말인즉슨, 코로나 이전 시대는 아직까지 20세기였다는 의미이다. 20세기 내내 나는 이곳저곳 표류하듯 살아왔다. 특히 결혼과 육아 이전까지 나에겐 정착이란 무의미했다.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면서 일을 했다. 이곳저곳 떠돌면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이제는 먼 추억이 된 20대와 30대 초반엔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면서 방황의 시절을 보냈다.


나의 청춘은 순식간에 마모됐다. 분명 도출된 부조 상태였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평평해졌다. 밋밋한 하루를 살아가면서 불쑥불쑥 툭 튀어나왔던 나의 모형과도 같던 부조의 실체를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그 시절, 숨쉬는 것도 힘들만큼 불안을 좌초하면서 실체 없는 고통과 씨름을 했다.


그럼에도 명암 중 '명'이 주도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배낭을 메고, 국경을 넘어 떠돌고 있었다. 본연의 나에 대한 고민을 안고 나는 떠났다. 지나고보니 그때가 여행의 호시절이었다. 사스가 유행할 때 유럽에 있었으나 홍콩 여행객들에게만 제한된 시선이 있었다. 사스로 내 여행은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k방역의 성공 때문?ㅎㅎㅎ)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 선명했던 중동 여행. 이제는 맘 편히 다닐 수 없다. 북아프리카의 치한은 불안하고, 중동지역은 더 이상 IS로인해 자유롭게 떠돌 수 없다. 한때 여행자들이 극찬하던 시리아는, 그때의 시리아는 더 이상 지구상에 없다. 전쟁과 질병, 그외 여러 이유들로 여행이 제한을 받는 요즘에 비하면, 그때가 여행의 호시절이었다.


좋은 시절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좋다라는 의미가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다신 나를 찾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청춘은 이제 없다. 지나온 날보다 더 긴 시간, 나는 노인으로 살게 될 것이다. 지금은 중년이지만, 만 60세라는 국가 지정 노인 기준 나이가 다가올 날도, 지나온 날과 비교해보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의 청춘 시절, 좀 불편하고 느렸던 아날로그 여행이 더 소중해졌다. 한 번 새겨진 그 때 그 사건들은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는 건 여행 뿐이란 말은 진실로 진리였다.


아날로그 여행과 청춘의 공통점은 '방황'이다. 방황해도 괜찮다. 좀 헤매도 누가 뭐라할 수 있을까. 여행이란, 청춘이란 좀 어리숙해도 용서가 된다. 우리 모두에게 처음이니까. 처음인 시절이니까. 이제는 내게서 떠나간 청춘, 그리고 여행을 회고하며,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갖는다. 나이든 내 모습이 익숙치 않지만, 물리적인 나의 나이를 이제는 인정해야한다. 나의 청춘도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음을 인정한다.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는 말도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이를 떠나 장기전을 펼쳐야한다. 생을 견디기위해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여, 과거를 정리해야한다.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여름날...

이젠 정말로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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