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아프거나 충만하거나! 경험은 있어도 실패란 없다?!
나의 첫 연애는 대학교 1학년 때 시작해 4학년 때 종말을 맞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연예인에 대한 과한 애정으로 연애라는 감정을 대처했을지도 모른다. 암암리에 대학에 입학하면, 눈치 보지 않고 연애할 수 있는 신분(수험생 말고)이 주어진다. 그래서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미팅을 했던 건가. 단지 미팅이라는 자리, 그 분위기가 궁금했던 나는 초반에 몇 번 시도를 하고, 그 뒤로 흥미를 잃어 그 세계에서 발을 뺐지만.
나의 첫 연애 상대자는 나와 동갑인 동아리 동기이다. 그는 남자애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리더십이 강한 인물. 하나 여성을 대하는 시각에서는 좀 가부장적이었다. 게다가 그의 소원은 '첫사랑과 결혼하는 것'이었다. 나와 연애하는 와중에도 그런 얘기를 나름 진지하게 했던 것을 보면, 진심이었을 것이다.
연애 도중, 사실 나는 웃음을 잃어갔다. 그가 나의 행동에 점점 더 통제를 가했기 때문이다. 옷 입는 스타일과 헤어스타일, 집에 들어가는 시간, 친구들과의 우정 관계 등에 대해 간섭했다. 좀 과하다 싶다고 생각했을 때, 하늘이 도운 건지 그 아이는 군대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서울 근교라 자주 면회를 갔었고, 편지도 자주 쓰고, 휴가 나오면 항상 시간을 비워두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런데 나는 점점 더 시들했다. 군대 안에 있지만, 지속적인 그의 통제가 불편했다. 게다가 우리는 취향도 달랐다. 뜬금없이 록의 세계라곤 아직까지 80년대 LA 메탈 수준에 그친 그가 별로라생각에 빠졌다. 점점 대화거리도 떨어지고, 결국은 동아리 사람들 근황 정도에서 더는 나아가지 못했던 당시 그와 나의 대화. 결국 그 아이 전역 한 달 전에 나는 이별을 통보했다.
하지만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전역 후 바로 복학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나와 다시 연결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와 내가 아는 지인들에게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가 아는 이와 내가 연애를 시작했을 때 불꽃을 튀기며 우릴 저주했다.
그 아이의 저주 때문인지 나의 4년간의 연애는 아픔을 남기고 끝이 났다. 나의 연애가 끝났다는 소문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모양이다. 우리는 20대 초반에 만났고, 나의 아픈 연애가 끝난 시점은 30대 초반이었음에도 그는 나를 의식했던 것 같다.
10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그가 불쑥 내게 전화를 했다.
나는 두려웠다. 어쩜 그 아이는 자신의 신념인 '첫사랑과의 결혼'을 지키기 위해 나에게 전화한 건 아닐까? 물론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와의 연애는 실패가 아니었다고.
과연 연애에도 실패가 있을까? 나의 결론은 좋든 나쁘든 연애의 영역에서는 실패는 없다. 단지 경험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에 연애의 기억을 떠올릴 때 내 심장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감정으로 인해 불러일으켜진 우리의 경험들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의 지난 연애들 역시 실패라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교훈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연애에는 실패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연애의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머지, 아예 연애를 시작조차 못하거나 끝이 보이는 연애를 끝내지 못하는 게 더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다보면, 연애를 대하는 시각은 달라진다. 이것이 나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이다.
때론 경험이 실패로 오인될 수 있다. 연애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나는 다(많은 다) 연애주의자다. 첫사랑과의 결혼, 평생 1 연애는 x 소리라고 생각한다. 덧불이면, 지금 나의 남편은 내 지난 연애들을 통해 걸러진 인물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다행일 수 있다. 나의 결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이를 만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