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계단, 이름 한번 잘 지었다

by 마스모masmobookshelve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모르던 시절, 아이가 아프면 제일 먼저 겁부터 났다.

소아과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소아과가 집보다 고도가 낮은 곳에 있었다는 것.

즉, 유모차를 밀고 내리막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그 언덕을 올라와야 했다.


“차로 가면 되지 않냐”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을 수 있다. 그 소아과 주차장은 좁기로 악명 높았기 때문이다. 좁디좁은 그 통로에서 차의 같은 자리를 두 번이나 긁어먹은 흑역사가 있기에 차는 포기했다.


하체가 부실한 나(상체도 부실하긴 매한가지였다)에게 언덕은 공포였다.아이 진료를 마치고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몇 번이고 멈추어 숨을 고르느라 꼴깍거렸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겨우 언덕을 다 오르고 나면, 이제 내가 아픈 것 같았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제일 먼저 ‘천국의 계단’이라는 기구에 도전했다.이름은 참 잘 지었다 싶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계단은 이미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딱 10분만 해보자.” 다짐하며 올라갔지만, 3분도 채 버티지 못했다.숨이 막혀 기계를 끄고 내려와 손잡이를 붙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순간 알았다. 내 몸의 상태가 정말 최악이라는 것을. 근력, 심폐 지구력…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분노와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왜 이렇게 내 몸을 방치했을까?”

다시 손잡이를 붙잡고 올라갔다. 3분 버티고 내려와 또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며, 어떻게든 10분을 채웠다.


이래서 이름이 천국의 계단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정말 천국으로 가는 줄 알았다.


그때 깨달았다. 나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그렇게 나는 겨울 내내 천국의 계단을 오르내렸다. 몸은 늘 고통스러웠지만, 고통이 곧 내 의지의 흔적이라 생각했다.


봄이 되던 어느 날, 남편과 소아과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먹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이미 그 언덕을 다 올라온 상태였다.


예전에는 몇 번이고 멈추어 숨을 고르며 오르던 바로 그 언덕을, 대화를 하며 무심히 올라온 것이다.숨은 가쁘지 않았고 심박수도 안정적이었다.


그 순간, 지난겨울 내내 지속했던 운동에 대한 보상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두려움의 대상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것, 내 몸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 거기서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운동은 내 삶을 바꾸는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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