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겨울, 내 몸의 체지방은 35.6%, 근육은 19.6KG. 운동을 시작하며 세운 목표는 '근육은 키우고 체지방은 줄이는 것'이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목표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운동을 해온 남편도 “근육은 키우면서 지방만 빼는 게 제일 어렵다”라고 말했다. 몸속의 지방은 만병의 근원이다. 지방은 몸속의 염증이 자라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나는 편도염, 비염 등 각종 염증을 달고 살았다.
헬스장의 운동기구에 대해 일자무식이었던 나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아파트 피트니스의 트레이너에게 PT를 받기로 했다. 운동기구 사용법을 배우러 갔지만 처음 몇 번의 수업은 기구를 만져보지도 못하고 매트에서 끝났다. 몸의 근육은 뻣뻣하고 부실했다. 단순한 스트레칭과 맨몸 운동만으로도 힘들었다.
운동을 마치면 갓 태어난 아기 사슴처럼 다리를 후들거리며 집에 돌아와 맥없이 쓰러져 잠이 들었고, 일어나면 온몸이 아팠다. 건강해지려고 시작했는데 더 골골거리고 아팠다. ‘이게 맞나?’ 싶었지만, 내 몸 상태가 이미 퇴로가 없는 지경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멈출 수는 없었다.
음식도 조절하기 시작했다. 우선 아이를 재우고 시켜 먹던 야식을 끊었다. 점심에 대충 라면이나 빵으로 때우던 습관을 끊고 건강한 음식을 요리해 먹기 시작했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영양소, 특히 단백질을 챙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근육맨들이 근손실을 두려워하며 단백질을 마구 챙겨 먹는 것도 그 이유이다.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간단한 건강식 레시피를 보면 저장해 두었다가 시도했다. 내 입맛에 잘 맞았던 것은 규현의 양배추참치 덮밥이었다. 두부나 닭가슴살을 활용한 요리들도 번갈아 해 먹었다.
그렇게 두 달 뒤 체지방이 1.2% 줄었다. 체지방 감량이 어렵다는 말을 하도 들어왔기에 더 기뻤다. 신이 나서 운동과 식단을 이어갔다. 다시 두 달 뒤 또 1.2%가 줄었고, 다시 두 달 뒤 또 1.2%가 줄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체지방률이 총 4.8%가 줄어들었다. 그쯤 되니 주변에서도 체형의 변화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수치도 줄고 체형도 변하니 신이 났다. 온몸이 근육통으로 아팠지만 보람을 느꼈다. 2024년 7월, 드디어 체지방이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다. 29.6%.
그 이후로도 체지방이 확 줄었을까?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드라마틱한 변화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낙담하는 나를 보며 트레이너가 말했다.
“회원님, 인바디 말고 눈바디 하세요.”
내가 좌절할까 봐 건넨 말이었다.
그 후로 1년 반이 흘렀다. 운동을 꾸준히 했지만 안타깝게도 내 체지방은 여전히 30.0~30.9% 사이를 오간다. 사실 인바디 수치가 팍팍 변하면 그것만큼 신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원하는 변화가 수치로 나타나지 않으면 실망스러움을 넘어서 좌절스럽다. 내가 그간 한 노력을 생각하면 할수록 화도 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목표를 떠올렸다. 내 목표는 수치변화가 아니라 건강한 삶이었다. 거울에 비친 체형의 변화, 생활 속에서 느낀 몸의 강인함과 같은 나만 아는 작은 차이들에서 운동의 이유와 보람을 찾았다.
운동을 할 때면 나는 아이와 함께할 미래를 상상한다. 아이와 뉴욕 모마미술관에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피렌체 두오모 성당 꼭대기까지 계단을 오르고, 제주도의 오름을 오르고, 하와이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장면을 그린다. 모두 내가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상상이, 아이와 누릴 미래가 지금 내가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운동을 하며 배웠다.
무언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되뇌며 ‘멈추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