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상] 다시 찾아온 어른의 사춘기, 그 1년

by 메이슨

자존감이 떨어질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산책을 하는 내내 '쓸모'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나의 쓸모가 이제 끝나가고 있는 것인가 반문을 계속하다 집으로 들어왔다. 날씨가 나쁜 것도 아닌데. 자존감이 바닥이다.


이런 날은 그냥 산으로 가야한다. 둘레길이라도 5~6시간 걸어야한다. 나를 스스로 비하하는 생각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걷고 걷다보면 잡념에서 벗어난다. 10년전에 겪었던 일이다. 어른의 사춘기다.


이 시기를 앞으로 10년을 새롭게 지낼 삶으로 채워야 한다. 업(業)을 바꾸든, 장(場)을 바꾸든 앞으로 살아갈 10년의 삶을 위해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한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면 또한번 노년의 사춘기가 오겠지. 그러면 그때도 향후 10년을 채워갈 새로운 삶을 설계하겠지. 이것이 인생이 아닐까?


문득 김수현 작가의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언뜻 본 문장이 생각이 나 책장에서 찾았다. 한참을 뒤적였다. "자신을 비난하려는 마음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과거의 상처에서 걸어 나오며, 본래의 자신을 마주하고 내면의 힘을 다져야 한다"고 적힌 페이지가 손을 많이 탄 것 마냥 쉽게 펴진다.


2017년 포스코를 퇴직하며, 한참을 방황할 때 구입했던 책이다. 많이 읽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오늘 알게 된 것이지만, 아들도 이책을 읽은 모양이다. 아들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다.


나를 탓하지 말자. 아무것도 아니다. 좋은 일이 생길거다. 아직 젊다 등등으로 내 마음을 스스로 달랬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진실로 알아갔다. 나의 생활, 습관, 생각, 사상,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등을 적었다. 지금은 그 노트를 찾을 수 없다. 아내가 버렸나보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를 사랑하자'고 적었던 기억은 분명하다. 당시 수첩, 핸드폰 초화면의 문구도 그렇게 적었었으니까.


이후, 사업을 하며 4~5개의 크고 작은 행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직후 오너의 갑질누명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당한 기업에 홍보실장으로 근무를 했다. 지금은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만 6년을 일하고 지지난해 12월 퇴직을 했다. 오너가 있는 기업의 차가운 이별방식을 경험하게 됐다.


1년이 지났다. 수입도 거의 없었다. 퇴직 초기 자주 연락하고 식사를 같이한 친구도 이젠 지쳤는지 연락이 없다. 가끔 집에 데리고 가서 집밥을 먹여주던 친구도 이젠 형식적인 메시지만 주고 받는다. 다시 나이 많은 어른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다시 찾아온 '내 탓 모드'로 지금 내 모습이 한심스러워 하고 있다. 김수현 작가는 "어른의 사춘기는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채울 수 있을 때 종결되는 것이며 우리는 그 순간 진짜 어른이 될 것"이라고 썼다. 지금 나를 인정하는 것 중요하다. 회사로 보면 정년의 나이에 다다랐다. 재입사는 꿈을 꿀 수 없다. 실현되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과 경험은 MZ세대가 대세인 사회에서는 다락방에 잡동사니와 함께 자리를 해야할 시기다.


늙으막이 다시 찾아온 사춘기를 종결하기 위해 내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많은 수입을 원해서가 아니다. 생계 유지할 정도면 충분하다. 머리 속에는 계속해서 고민을 한다. 아마도 생각을 A4지 종이에 적었다면 버린 종이만 수만장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10년의 삶을 위해.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오겠지. 기회로 만들기 위해 고향에 내려가서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 등을 그려보고 있다. 이를 위해 나 스스로 '서울보다는 기회가 많겠지', '나의 경험과 역량이 아직 '소용'이 있겠지' 라는 희망을 최선을 다해 붙들고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 그림이 완성이 되어 일에 착수하게 되겠지. 아마도 김수현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삶을 채우기 시작하니 다시 온 사춘기가 종결되어 진짜 어른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10년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갖는 일이다. 먼저 낮아진 이것을 회복시키기 위해 이번주도 다음주도 당분간은 난 쉼없이 걸어야지. 산도 올라가고, 바다도 가고, 좋아하는 호숫가도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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