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음악] The Impossible Dream - Carver Bow
‘삶은 계란, 삶(Life)은 계란(Egg)’이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다. 필명은 짐팍(Jim Park)이다. 낮에는 한국산업은행(KDB)에서 일하고, 밤에는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며칠 전 책방에서 그의 시집 『삶은 계란 꿈은 반숙』을 펼쳐 보았다. 제목부터 가볍게 웃기는데, 몇 장 넘기면 웃음만 남지 않는다. 짧은 단문인데도 문장 끝에 뜻이 남는다. 피식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가, 어떤 문장 앞에서는 잠깐 멈추게 된다.
특히 「과거의 나를 보면」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아니 이 새끼가”라는 말을 과거의 자신에게 던지는 장면이 있다. 웃기면서도 정확하다. 나도 과거로 돌아가 지금의 눈으로 한 장면만 본다면, 같은 말을 했을 것 같다. 아니, 좀 더 거칠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집이 좋았던 이유는, ‘재치’가 목적이 아니라 ‘살아내는 방식’이 문장 뒤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삶이 계란처럼 팍팍할 땐 반숙처럼 말랑해집시다” 같은 말로 너무 전투적으로 살지 말고, 조금은 여유를 갖자고 한다. 삶이란 배고픔을 채우는 일이고, 꿈이란 마음을 데우는 일이라는 식의 정의도 곁들인다. 나는 그 문장들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The Impossible Dream」을 선곡했다. ‘꿈’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쓰고 싶지 않은 날에, 이 노래는 “그래도 꿈을 놓지 않겠다”는 말을 과장 없이 붙들게 한다는 점에서 같은 결이라 생각했다.
The Impossible Dream - Carver Bowers
https://youtu.be/6qK2zcXxPlo?si=2G5VTlgvjLgLMa6P
'The Impossible Dream'은 원래 1965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Man of La Mancha'에 삽입된 곡입니다. 작곡은 Mitch Leigh, 작사는 Joe Darion이 맡았습니다. 극 중 돈키호테가 부르는 이 노래는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를 노래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이상을 향해 끝까지 걸어가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곡입니다.
'Man of La Mancha'는 1965년 11월 22일 뉴욕 앤타 워싱턴 스퀘어 극장에서 초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입니다. 원작은 'Miguel de Cervantes'의 소설 『돈키호테』이며, 극은 ‘극중극’ 구조로 구성되었죠.
스페인 종교재판 시대, 세르반테스가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동료 죄수들에게 자신의 원고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냅니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이 바로 돈키호테입니다. 현실에서는 늙고 왜소한 기사 지망생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고귀한 기사로 여기며 세상의 부조리와 싸우겠다고 선언합니다.
초연 당시 돈키호테 역은 Richard Kiley가 맡았고, 그의 카리스마 있는 가창은 작품의 성공을 이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토니상 5개 부문을 수상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The Impossible Dream (The Quest)'곡은 1막 후반, 돈키호테가 자신의 사명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그는 왜 풍차를 거인이라 믿고 싸우는지, 왜 세상이 비웃어도 정의를 포기하지 않는지에 대한 서사를 노래합니다.
가사는 도달할 수 없는 별을 향해 손을 뻗는 것,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는 것, 견딜 수 없는 슬픔을 견디는 것,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가는 것을 담고 있스니다. 이 노래는 ‘성공’에 대한 노래가 아니지만, 이상을 향해 걷는 자의 마음을 노래합니다. 돈키호테는 현실에서는 패배자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는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갑니다.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한 Carver Bowers의 버전은 보다 절제된 정서를 가지고 노래합니다. 원곡이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힘으로 상승한다면, 이 연주는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남깁니다. 선율은 분명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왼손의 화성은 단단하게 받치되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곡이 ‘도전’보다는 ‘다짐’에 가깝게 들립니다. 조용히 혼잣말처럼 되뇌는 결의에 가깝습니다.
이 곡은 그동안 Frank Sinatra, Elvis Presley, Josh Groban 등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불렸습니다. 각자의 해석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같습니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끝까지 가보겠다는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Carver Bowers의 피아노 연주는 그 메시지를 조용히 마음을 울리게끔 합니다.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라기 보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약속처럼 들립니다.
이 곡은 연주가 화려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 음씩 단정하게 연주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목은 ‘불가능한 꿈’이지만, 음악은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사람’을 말하는 듯합니다. 크지 않은 결심,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태도. 피아노 한 대로도 충분히 전해집니다.
이 곡은 브로드웨이 무대의 장엄함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선율의 중심선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아주 서정적으로 편곡되었습니다.
도입부는 낮은 음역에서 조용히 시작합니다.
주제가 나타날 때 음을 과장하지 않고 길게 유지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도 포르티시모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음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쌓아 놓여놓는 듯 합니다.
‘꿈’이라는 말을 다시 쓰는 아침
오늘 아침은 이른 봄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제 흐린 하늘과 달리 맑은 하늘을 보니 마음이 가벼워 집니다. 어제 책방에서 잠깐 훔쳐보던 시가 생각나 미소도 지어봅니다. 그리고 시집의 제목 '삶은 계란'을 생각하며, 삶은 팍팍하게 무엇에 쫒기며 허비하지 말고, 책도 보고 사색하고,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며 여유있게 보내라는 조언 같기도 했습니다.
이어폰을 통해 다시 듣는 'The Impossible Dream'은 이런 생각에 조미료를 넣듯 마음을 단단하게 합니다. 아침 꿈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그저 꿈이라면 돈 많이 벌고, 좋은 것 입고, 맛난 음식을 고급 식당에서 여유있게 먹는 것이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웃으면서 행복하게 해내며, 이웃과 배려하고 감사하며 사는 삶이 남은 시간동안 이루어졌으면 하는 '꿈'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점심을 서둘러 드시고, 인근의 공원이나 한적한 길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걸을때 앞만보지말고, 주변 나무, 건물, 사람들도 보면서 걸으면 이 날씨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