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세이] 봄, 설렘 그리고 나

Mozart: Oboe Quartet in F-Major, KV 370

by 메이슨
KakaoTalk_20260317_221607694_01.jpg 요즘 읽고 잇는 책들

봄은 설렘입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습니다. 계절의 시작이 봄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는 한 해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내 나이는 늦가을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오히려 지금 이 시기가 좋습니다. 막 싹이 올라오는 때,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 있는 공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설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병인가요?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재래시장을 지나 학교로 가던 길에는 늘 설렘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 그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여중 앞을 지나던 등굣길이 설렘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여학생을 한 번이라도 보려고 매일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말을 건 적은 없지만, 친구들과 웃으며 걸어가던 모습, 그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 바라던 그 시간이 설렘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조치원역에서 대전역으로 향하던 통근열차가 설렘이었습니다. 내판역에서 타던 그녀를 매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이 내 옆자리를 비워주었고, 우리는 그렇게 가까워졌습니다. 나에게는 첫사랑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그녀에게 나는 철부지 남동생 같은 존재였다고 합니다. 그 말도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거리에서 외치던 목소리 속에 설렘이 있었습니다. 정의라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의미 있다고 느꼈습니다.


직장에 들어와서는 매일의 출근이 설렘이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맡고, 결과를 만들고, 더 높은 자리로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팀장이 되고 부장이 되면서부터는 역할이 정해졌고, 그때부터 설렘은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했을 때도 기쁨은 있었지만, 예전과 같은 설렘은 없었습니다.


강제적인 퇴직 이후,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 조회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보며 다시 설렘을 느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상을 보고, 공연을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밀양, 원주, 구례, 태안을 다니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늦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에게 철부지였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다시 멈춰 있는 느낌이 듭니다. 블로그 조회수는 더 이상 늘지 않고, 책을 읽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해야 하는 일이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결국 하나입니다. 미래에 대한 설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새로운 목표와 기대가 있을 때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행동을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지금의 나는 그 기대가 조금 약해진 것 같습니다.그래서 다시 생각합니다.


내가 무엇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천성이 게으르다는 것도, 아직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래서 루틴을 다시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설렘은 삶을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설렘은 사람을 움직입니다.

개그맨 김준호 씨가 한 방송에서 “준비된 사람은 설레고,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두렵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설렘은 준비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Victor Hugo는 “새벽은 설렘과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의 시간은 어쩌면 그 새벽을 기다리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읽고, 조금 더 움직여보려고 합니다.




***아침 선곡 : Wolfgang Amadeus Mozart: Oboe Quartet in F-Major, KV 370 - Alexei Ogrintchouk, Oboe | Baiba Skride, Violine | Veronika Hagen, Viola | Sol Gabetta, Cello

https://youtu.be/SwTmzmi4AkQ?si=dZKlR8AR__EAEIWR

이 곡은 1781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비엔나에서 활동을 시작하던 초기 시기에 작곡된 작품입니다. 이 시기는 모차르트에게 중요한 전환기였습니다. 잘츠부르크 궁정 음악가로서의 안정된 위치를 벗어나, 자유 음악가로 독립한 직후였고, 연주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확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작품은 당대 최고의 오보이스트였던 프리드리히 람을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습니다. 람은 만하임 악단 출신으로, 당시로서는 드물게 높은 음역, 빠른 기교, 그리고 안정된 음정을 모두 갖춘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모차르트는 그의 연주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의 기량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구조로 이 곡을 구성했습니다.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실내악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조가 다릅니다.

오보에 → 독주자 역할

현악기 → 반주가 아니라 대화 상대


이 때문에 이 곡은 흔히 “작은 협주곡”에 가까운 작품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현악기가 단순히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오보에의 흐름을 끊고, 이어주고, 다시 받아치는 구조를 가진다는 점입니다.(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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