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0월호 주제는 '독서의 계절'입니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말하는데 이는 9월 서적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책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만든 말이라는 썰이 있다. 이유야 어쨌든 가을은 선선한 바람과 함께 야외에서도, 맛있는 디저트와 함께 카페에서도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긴 하다. 하지만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건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나에게 있어 독서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하나가 아니라 내게 무언가가 필요한 때였다.
유년시절의 나는 내향적이고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지금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친구가 없었고 친구 사귀는 게 참 어려웠다. 생일 파티를 하면 많은 친구들이 와서 축하해 주던 언니와 달리 처음으로 연 생일 파티에 아무도 오지 않았을 정도로 존재감마저 희미했다. (다신 생일 파티를 하지 않았지...ㅜ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읽는 딸을 보며 엄마의 기대감을 한껏 고양시켰지만 천재들처럼 큰 뜻을 품고 책을 읽은 건 아니었다. 그저 친구가 없어 심심했고 친구가 필요했을 때 그림책과 동화책은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학창 시절은 유난히도 시간이 가질 않았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처럼 내 마음을 표출할 수 없었다. 착한 딸로 살아야 했고 가정의 불화를 감내해야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때부터 사는 게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당장이라고 어른이 되고 싶었다. 사는 게 지루하고 느리게 가는 시간이 힘들었을 때 만화책을 읽으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현실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20대는 늘 불안하고 화가 났다. 불투명한 미래는 불안했고 엉망진창인 현실엔 화가 났다.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때 소설을 읽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웃고 울고 모든 감정을 쏟아내면 마음의 불꽃이 조금 진정되기도 했다.
30대엔 무기력과 우울감이 덮쳐왔다. 주변에서 "니가 우울할 이유가 뭐가 있노"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당장의 현실에선 우울할 이유가 없는데 우울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의 우울과 무기력의 원인을 알고 싶었을 때 심리학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심리학 책을 읽고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나에 대해서 조금씩 이해해 나갔다.
언젠가부터 경제적 자유 열풍이 불었다. 노후가 걱정이 되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다. 책이 그 꿈을 이루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고 싶었을 때 경제경영서와 자기 계발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책을 미친 듯이 읽었다. 이런 책들을 읽는 동안에는 진짜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설레어서 잠도 오지 않았다.
이렇듯 나의 독서의 계절은 무언가가 필요할 때 책에서 원하는 것이 있을 때였다. 필요가 사라지면 잊고 지내다가 다시 필요하면 찾는.. 책에게 싸가지없고 이기적인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