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냄새와나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by mamang



• 때론 교육이나 교양으로 대체 못 하는, 구매도 학습도 불가능한 유년의 정서가. 그 시절, 뭘 특별히 배운다거나 경험한단 의식 없이 그 장소가 내게 주는 것들을 나는 공기처럼 들이마셨다.(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오늘의 이야기


요즘의 아침 공기는 차고 습했다. 오랜 기간 추운 날씨를 지나와서인지, 나 혼자 오한을 겪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추웠다. 그래서 어서 꽃도 피고 꽃도 지고 날도 좋고 따뜻해지길 바랐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내 마음도 가벼워질 것 같은 마음이었다.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 중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오늘 아침의 바람도 춥겠지 하는 생각에 양팔을 몸에 가까이 안고 걸어가려 했다. 가방을 바르게 매고 옷깃을 여미려는데 바람이 훅 불어왔다. 아직 겨울 아침 냄새가 묻어있는 그것은 옷깃을 한껏 팔랑거려도 될 무해한 바람이었다.


나는 마스크 안의 콧구멍을 한껏 키워 그 냄새를 맡았다.


봄 소풍을 가던 날 가방에 할머니가 싸준 시금치와 맛살이 들어간, 햄은 없던 김밥을 넣고 걷던 때. 가방을 뚫고 나오던 마늘과 참기름 냄새.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를 참지 못했던 나.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으면서도 항상 그 고요를 잠재우려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크게 떠들던 어린 내가 떠오르는 봄의 냄새. 누가 누구의 단짝이 될지도 몰랐던 새 학기의 긴장감과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다가 지쳐버려 그냥 혼자이고 싶어 지던,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던 그 시절의 냄새. 내 안에 다양한 냄새의 기억이 하나씩 나의 콧구멍을 지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제 3달간의 시 쓰기 수업이 끝났다. 나는 시 쓰기 수업을 들으며 자주 아팠다. 허공을 떠다니는 듯한 온갖 가능성을 안고 가볍게 날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딛고 있는 바닥을 뚫고 저 아래로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격차를 온몸으로 느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는 시인이 될 운명을 마지막까지 찾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결국 지금의 나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잘 읽지도 잘 쓰지도 못할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몇 달을 그렇게 지나오니 이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대충 읽어도 대충 쓰는 지금의 나로 남아도 좋을 것 같았다. 힘을 빼고 대충 지내도 좋은 지금같은 날들을 보내며 말이다.


나도 아직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니 냄새가 나면 그 냄새를 맡고 생각나면 그 생각을 하기로 했다.


오늘도 단골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킨다. 긴장하지 않게끔 심호흡을 한다. 어제보다 더 말랑한 마음으로 성큼 일상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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