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 봄, 2021]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 그녀는 마치 운동화 끈을 묶기 위해 구부려 앉은 아이를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사람이란 기다리기만 하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존재라고 믿는 것 같았다. 때때로 대니는 체의 그런 태도를 걱정하며 체에게 좀 더 자신을 아끼라고 말했지만 체는 대니의 조언을 웃어넘겼다. 그녀는 사람에게 다가가 마음을 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먼저 주고, 준 만큼 되돌려 받지 못해도, 다시 자기의 것을 주었다. 결국 그건 자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멀리, 크게 보면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할 때 체의 얼굴은 느긋하면서도 단단해 보였다.(소설보다 봄, 2021 中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오늘의 이야기
요가 수업 중에 부장가사나를 하고 있을 때였다. 선생님이 내 앞으로 오셔서 나의 미간에 손을 가져오셨다. 그러고는 찡그린 나의 표정을 풀어주셨다. 선생님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는 다리미가 지나간 듯 따뜻함이 남아있었고 신기하게 내 얼굴에도 힘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회사에서 일하는 내 모습이 궁금해 책상 위에 작은 거울 하나를 가져다 두었다. 어깨가 잔뜩 말리고 봉긋 솟은 승모근을 타고 내 얼굴까지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걸 깨달은 어느 날 그래 보기로 했다. 내 얼굴을 관찰해보기로. 내 손을 몇 번 미간에 가져가 보았지만 도통 머리에 힘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먹은 것과 달리 나는 거울을 마주할 용기가 도통 나지 않았다. 거울은 결국 내 옆으로 누가 지나가는지, 누가 다가오는지 알기 위한 자동차 사이드미러의 역할만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그러니까 인연과 우연으로 만나 지고 이어진 사람들과 반드시 매일 만나야 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상처 받는 나였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 많은 방법을 써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특히 요즘은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면 일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는 아끼려고 노력한다.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 받을 일도 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늘 소설에서 만난 체의 이야기는 나에게 유독 깊이 다가왔다. 내가 결국 나를 위한 방법으로 타인을 대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이렇게 쭉 가도 되는지.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봐도 될지. 그래서 체는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나의 거울을 체의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체의 미간에 내 손을 가져가는 상상을 한다. 그녀의 구겨진 주름을 쓰다듬어준다. 나도 함께 힘을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