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드디어 첫 출근을 했다
토공녀 - 토목직 공대 여자
발령받아 간 곳은 한적한 시골의 한 동네였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구멍가게는 하나도 없고,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라고는 이제 막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주유소 옆 휴게소뿐이었다.
내가 근무할 공사 현장은 논들이 작은 하천 양쪽을 고구마 모양으로 감싸고 있던 곳이었다. 현장 끄트머리에는 기차가 간간이 다니는 철교가 있었고, 밤이면 달빛과 기차 조명이 그림처럼 겹쳐 보이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하천을 둘러싸고 있던 그 땅을 기름진 옥토라고 했다. 물 옆에 있어 물 대기도 좋고 땅이 워낙 좋았다고, 이 동네 어르신들은 많이 노쇄하셨어도 소일거리 삼아 농사일을 아직 하기 원하셨는데 이젠 뿌리고 거둘 것이 없어져 많이 화가 나 있으시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도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한편에서는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땅에 대한 읍소를 주고받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편입된 토지를 굴삭기로 파고 갈아엎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천의 폭과 깊이를 늘려 홍수시 물을 담는 그릇을 키우는 것이 사업 목적이었다. 운영을 위한 수문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자전거 도로, 산책로 등이 주 내용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설계대로 공사가 잘 이루어지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책상과 컴퓨터, 탕비실과 화장실은 모두 임시 가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겉모습은 금방 부서질 것 같은 노란 상자였는데 내부는 너무 본격적인 사무실의 모습이라 놀랐다. 나는 독서실에서 이제 막 탈출한 자로써 하얗고 동그랗고 부들부들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첫 출근 기분을 내기 위해 새로 산 투피스를 입고 있었다.
조직은 부서장(단장이라고 불렀다) 1명, 행정 및 보상 담당 2명, 토목 담당(나를 포함해) 6명, 기계 및 전기 담당 2명, 파견 직원 슬이 씨가 있었다. 서로 단정한 인사를 주고받았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내 책상이 생긴 기분이 실감 나지 않았다.
이제 막 의자에 앉으려는데 단장이 본인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현장을 한 번 보겠냐고 물었다. 나는 마찬가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며 화장실로 갔다. 챙겨 온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회사에 치마를 입고 갔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