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혜원

단골 카페 사장님이 보이지 않는다

by mamang



매일 아침 회사 안 카페에 들른 지 3년쯤 되었다. 그중 1년은 커피만 사서 나갔고 2년은 매일 아침 30분씩 앉아서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같은 자리에 앉아 매일 같은 커피를 마시던 어느 날, 할아버지 한 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오늘도 오셨네요." "네." 나는 당황하며 답했다. "매일 오시니 우리 식구 같아요." 어르신은 해사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커피 주문을 받고 제조를 해주는 직원분들의 얼굴은 알았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 카페 한쪽 테이블에 앉아계시는 할아버지가 카페 사장님이실 줄은 몰랐다.


"다음에 오시면 카페 모카를 드셔 보세요. 그게 여기에서 원가가 젤로 비쌉니다."

사장님은 그 후 카페에 들르시는 월요일이면 매일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처음에는 쑥스럽고 머쓱하기도 해서 겨우 "네. 안녕하세요." 조그만 인사를 드릴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사장님을 뵈면 반가울 정도로 정이 들어서 먼저 인사를 건네게 되었다.


카페로 걸어가는 길에 지팡이를 집고 천천히 걸어가는 사장님의 뒷모습을 보면 부러 걸음을 천천히 하며 급하게 걷지 않으시길 바랐고. 사장님은 나에게 빵, 콜드 브루 커피, 비누, 책 등을 선물해주시며 매주 안부를 물어주셨다. 한 번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출근하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날을 보내던 중 사장님이 나에게 나눠주신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힘든 일을 까무룩 잊기도 했다. 언젠가는 드론 자격증을 따고 싶다며 수강 신청하는 방법을 알려주라고 하셔서 사장님의 성함을 알게 되었고 하도 여러 번 신청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나중에는 주민 번호와 전화번호를 외울 뻔했다.


물론 가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싶은 날도 있어서 그런 날에는 인사만 드린 후 자리에 앉아 입을 떼지 않은 적도 많았는데. 그래도 옆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시간을 보낸 후 나는 나대로 "사장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고 사장님은 "네. 수고하세요?" 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 소중한 루틴이 되었다.


연로하신 사장님은 특히 환절기가 되면 매주 나오시던 가게를 격주로 나오시거나 몇 주 건너뛰고 모습을 나타내고는 하셨는데. 그때마다 눈에 띄게 핼쑥해지시거나 걸음이 느려지시는 것이 마음에 쓰였다. 올해도 여전히 환절기는 찾아왔고 추위에 니트와 목도리를 꺼내야 하는 날씨가 시작되었다. 사장님은 역시니 그 주에 가게에 나오지 않으셨다. 환절기니까 다음 주에는 나오시겠지 했는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신지 이번 주로 벌써 5주째다.


카페 직원분에게 사장님의 안부를 여쭈어보려다가 괜히 머쓱해서 묻기를 주저하며 벌써 5주가 지나버렸는데. 날이 더 추워지고 바닥이 미끄러워지면 외출이 더 어려워지실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내일은 꼭 안부를 여쭤야지 했는데 또 오늘도 묻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내일은 꼭 사장님의 안부를 여쭤봐야지. 사장님이 돌아오시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30분을 몽땅 털어 이야기를 들어드려야지. 지금은 이야기를 쌓는 시간 이 실 테니 건강하게 돌아오실 거라 믿는 그런 추운 겨울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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