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꿈속에 있던 다른 여자가 빨간 닭꼬치를 들고 가다가 내 옷자락에 양념을 잔뜩 묻혔다. 나는 이게 뭐냐고 따졌는데. 닭꼬치 여성은 도리어 나에게 큰소리를 치며 그 일을 부정했다. 그녀와 실랑이를 하다가 나는 일행을 모두 잃었고 나중에는 나를 때리려 하는 그녀를 피해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땀을 잔뜩 흘리고 꿈에서 깼다.
오늘 아침 평소보다 몇 분 늦게 나왔다. 매일 타야 하는 지하철 시간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서며 뛰기 시작했다.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검은 상하의를 입고 목도리를 두른 사내가 혼자 서 있었다. 추운지 점잖은 귀돌이도 하고 있었다.
나는 좌우를 살폈고 횡단보도 방향으로 진입하는 차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사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무단횡단을 하려고 두 발짝쯤 뛰어갔다. "어어어어!" 하며 횡단보도에 서 있던 사내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오른쪽을 봤다. 직진하려던 차가 갑자기 왼편으로 방향을 꺾어 들어오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뒷걸음질을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차와 그 사내를 향해 말했다. 차 주인은 화를 내지도, 경적을 울리지도 않고 조용히 가려던 길을 갔고. 사내는 "차를 잘 봐야지. 오늘 아침에 큰일 날 뻔했구먼."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말했다. 사내는 대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