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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난자야 가라 ㅡ 난임 일기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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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mamang Sep 04. 2024

난임시술의 데드라인은 언제까지?

인공수정 3차 주기 시작.

자연임신을 해본 경험이 한번 있었기 때문에 인공수정 첫 회차에 바로 임신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마음이 3차 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바닥에 납작하게 들러붙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인공수정 시술을 반복해 오면서부터 시험관 시술에 쓰이는 약보다 비교적 낮은 강도의 과배란 주사를 사용했음에도 이미 나는 3 킬로그램이 늘어있었다. 보기 좋게 살이 찌는 것이 아닌 얼굴이 퉁퉁 붓고 목과 배에 밉게 붙는 살이 원망스러웠다. ‘인공수정을 하지 말고 바로 시험관 시술부터 해볼걸. 이렇게 마음고생 몸고생할걸 알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두 달 전의 나에게 지금의 결과를 알려주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져있었을까 생각했다.

인공수정 3차 주기를 시작하는 진료를 보며 선생님에게 시험관 시술로 바로 넘어가는 건 어떨까요? 운을 떼보려고 했는데. 앞으로 진행될 인공수정 시술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의욕과 나를 응원해 주시는 모습을 보니 인공수정이 아닌 시험관 시술로 방향을 트는 것이 선생님을 실망시키는 일 같아 망설여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용량의 과배란 주사와 수면마취를 하고 진행하는 난자 채취는 피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다시 두 번의 실패에 이어 바로 세 번째 인공수정 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공수정은 맞아야 하는 주사의 양도 시험관 시술에 비해 많지 않고 시술도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의 범위 안에서 자부담 거의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비급여 항목인 질정 처방의 경우는 사비로 진행해야 했지만 시술을 하고 임신이 확인되기까지 2주간의 질정은 금액이 크게 부담되는 정도가 아니었다. 시험관 시술로 넘어가게 되면 처방받아야 하는 주사의 양이 훨씬 많고 난자 채취, 동결 등에 많은 돈을 써야 해서 휴직 중인 나의 사정상 인공수정에서 임신이라는 결과가 꼭 있었으면 싶었다.

이번에는 자가 주사를 맞는 일도 훨씬 수월했다. 남편은 회사 개인 휴가를 시술일마다 사용하는 것이 부담되었는지 회사에 난임시술 중임을 통보하고 인공수정 시술 당일 난임 시술 휴가를 사용했다. 앞선 2번의 인공수정에서 실패하는 것을 보고 나의 난임 시술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던 난임시술에 사용할 수 있는 난임시술 휴가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임병원에 다니다 보니 과배란 주사를 맞는 일상과 호르몬 변화로 찾아온 컨디션 저하, 시술 당일과 이후 수일간 쉬어줘야 하는 것 등을 고려하면 여성의 경우 난임휴직을 하지 않고 회사에 다니며 시술을 받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난임 시술을 해야 하는 기간이 휴직 가능 기간보다 길어진다면, 만약 내가 휴직 기간인 1년 내에 임신을 하지 못한다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복직을 해야 한다는 건가 하는 끔찍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순간 나를 덮쳤다.

“혹시, 진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만약에 진짜 이번에도 임신이 안되면 여보는 언제까지 난임 병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야?”

며칠 전 남편이 물었다.

일단 지금 맞아야 하는 주사, 먹어야 하는 영양제, 해야 하는 운동을 하고 있던 나는 순간 멍해졌다.

‘벌써 데드라인을 정해야 하는 건가? 이제 인공수정 3번 했을 뿐인데?’

“그러게. 그걸 생각해보지 않았네. 아마 휴직 기간인 1년 아닐까?” 내 마음과 다른 말이 대답이 되어 튀어나왔다.

‘1년 휴직 기간을 다 사용하고도 임신이 안되면 나는 복직할 자신이 없는데. 뭔가 임신 성공이라는 결과를 들고 회사에 복직해야 할 것 같고, 사람들이 난임휴직을 하고도 임신하지 못한 여자라고 뒤에서 수군거릴 것 같은데. 휴직을 연장할 수 있는지 회사에 미리 물어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난임휴직 중이라 내가 돈을 많이 못 벌어서 남편이 눈치를 주는 걸까? 난임 시술이 길어지면 돈이 많이 들까 봐 그러는 걸까?’ 하는 뾰족한 생각이 나를 자꾸 찔렀다. 결국 그날의 대화는 나의 울음으로 더 이어지지 못했다.

가슴을 꽉 채우는 나를 괴롭히는 말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을 남편은 나의 반응에 어리둥절해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나의 공격적이고 방어적인 말에 당황스러워했다. 남편은 난임시술이 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니 기한 없이 몇 년이고 계속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억울해하며 항변했다. 그리고 우리 둘이서 지내도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운데 굳이 아이를 그렇게 무리해서까지 낳아야겠냐고 했다. 나에겐 그 말이 우리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말로 왜곡되어 돌아왔고. 결국 나는 너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어 가슴에 꽂혔다. 마치 우리를 닮은 아이를 꼭 낳아줘!라는 말이 세상 최고의 애정표현이라도 되는 것처럼.

난임병원에 다닌 지 이제 막 6개월 차. 든든한 동지여야 할 남편과 나는 엇나가는 마음으로 답 없는 대화를 하고 있다. 그사이 우리는 마음에 상처를 켜켜이 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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