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ssoud Jun Mar 24. 2020

갑질 천국, 헬조선 블루스 3부; 조선소, 헬조선 1

현대 중공업, 토탈 MHN Congo 프로젝트


*** TOTAL 필립



 토요일 작업을 끝내고 중공업 주변으로 밤 낚시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해변가에 즐비한 바들 중엔 파티를 벌이는지 음악소리와 밖에서도 술을 마시는 외국인들로 붐볐다. 2012년도에 처음 방어진을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사실, 해변도로를 다닐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 쪽 길에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바가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무심코 길을 지나는데, 바의 입구를 막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프랑스 친구들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10시에야 다시 그 바를 찾았다.


 500cc 컵까지 얼음이 낀 맥주를 한 잔 받아 테라스로 나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밖으로 나와 맥주를 마시던 한 무리의 프랑스인들이 몰려 있는 반대편에 앉아 지긋이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가 몸 속 깊숙이 들어와 저절로 캬! 탄성이 일었다. 실내의 큰 음악소리에도 해변에 와 닿는 파도의 찰싹거리는 소리가 자갈이 뒤엉키는 소리와 어울렸다. 탁 트인 시야에 도로가 테라스의 불빛 아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친구들과 당구를 치는 사람들이 뒤섞여 아담한 크기의 바는 분주했다.


 음료를 서빙하는 여자들의 섹시한 원피스에 대비되는 평상복을 입은 대부분의 여자 손님들은 외국인 엔지니어들과 술을 마시거나 같이 어울리기 위해 헌팅을 기다렸다. 외국인 엔지니어들은 부부나 직장 동료들이 같이 와 파티를 즐겼고 외국인 헌팅을 나온 여자들은 영어가 되는 필리핀이 대부분이었고 때론 신비한 분위기의 태국 여자들도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요염한 한국 여자도 여자들끼리 모여 마치 남자들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 세침을 떼고 있었지만, 남자들의 관심을 온 몸으로 즐기는 모습이 우스웠다.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각국의 선주사들의 분포 또한 다국적이었다. 세계 유수의 선주사 엔지니어들은 글로벌 업체로써 국가 구성이 다양했고 밴드 업체들 또한 싱가포르나 산유국이거나 기술력을 가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왔기 때문에, 이 조그만 바는 그야말로 글로벌 바라고 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술기가 오르자 옆의 무리의 프랑스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오! 친구들! 저기 우주선 같은데?”


 밤하늘에 솟아 바다를 비추고 있는 달이 너무 크게 다가온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달을 가리키며 신기하게 말하자 모두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그 달은 정말 생소하게 처음 보는 것처럼 밝고 차갑게 가까이 와 있는 느낌이어서 예전에 저런 달을 본적이 없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둠이 내리는 해안로의 야경과 바다



“달이잖아! 술 많이 마신 거 아냐?”


 어이를 상실했다는 듯, 이마를 손으로 감싸고 나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프리카 사막에서 보던 달빛보다 가깝고 밝아 보였다. 마치, 정말로 한번도 저런 달을 본적이 없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달이 저렇게 밝고 클 리가 없다며 끝까지 우겼다.


“너희들 무슨 프로젝트 진행 해?”


“Moho Nord! 너는?”


“그 프로젝트를 토탈이 하는 거야?”


“그럼, 못 봤어? 해양본부 건물 앞에 여러 개의 모듈이 있는데?”


“아, 그 거였구나! 놀랍네. 토탈이 여기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게!”


“여기 말고도 삼성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에서도 수행 중이야! 현재 네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GTT와 테크닙, 악트미엄까지 포함하면 7개 프랑스 회사가 있지!”


“오! 그렇게 많아?”


 그가 그렇게 말하곤 주변 동료들을 바라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의 동료들도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의아한 모양이었지만 토탈의 사무실을 얼핏 보았고 그들의 작업복에 그려진 토탈 로고를 몇 번 보았던 적이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그보다 그들의 표정은 곧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내게 의문을 제시했다.


“넌 한국에 살지 않아?”


“파리에서 살아. 잠깐 한국에서 알제리 파견 다니다가 일 없으면 조선소 와서 소일하고 있어서 너희들과 다를 바 없이 나도 이방인이지!”


“알제리에서 뭘 했길래?”


“프랑스어 통역과 현장 코디네이터!”


“구체적으로 어떤 코디네이터를 했어?”


 질문이 마치 면접을 보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그렇지만 그 질문엔 딱히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엔 토목으로 발주처와 현지 협력업체 코디네이터를 했고 나중엔 현장 안전 지원과 현지 인력 관리 등 딱히 분야를 나누기가 애매한데?”


“네가 만약 토탈에서 일할 수 있다면 뭐를 잘 할 거 같아?”


“글쎄, 딱히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럼, 네 이력서 메일로 좀 보내줄래? 내 이름은 필립 브랑조노야”


우주선이라고 우기던 달이 휘엉청 밝다


작가의 이전글 갑질 천국, 헬조선 블루스 3부, 조선소, 헬조선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