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주동자 사이드와 파워플러스
*** 파업 주동자 사이드와 인력업체
파업이 해결된 후, 아침 조회 현장에 두 명의 조수와 함께 도착하자 조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현장 준비를 해야 할 사이드는 작업자들 뒤편에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를 불러 확인하니 현장 인원들 보험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인부들 속에 있으라고 지시하고 두 조수를 시켜 통역을 시키고 관리부와 공무부를 통해 파업 관련 처리 과정을 알렸다. 그러자 갑자기 인부들 속에 있던 사이드가 목청을 높였다.
"이봐, 마쑤드! 여긴 알제리야, 우리 땅에서 뭐 하는 거야? 그리고 네가 무슬림이야? 마쑤드라는 이름으로 우리 무슬림을 모욕하는 거야? 네가 외인부대 출신이었다고? 난 알제리 군대 대령의 보좌관이었어! 우리 회사의 업무를 진행 중인데 니가 뭐라고 하라 마라야? 엉?"
그러자 알제리 인부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이드가 아랍어로 다시 선동을 하자 알제리 인력들이 웅성거리며 내 앞으로 다가섰다.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선 자리에서 꼼짝없이 서서 인부들의 행동을 미소를 짓고 바라보았다. 이런 어처구나 없는 상황이 단순히 사이드의 선동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이드의 선동은 성공적이었다.
3개월 가까이 같이 일해 온 그들의 모습은 마치 내게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날이 섰다. 의기양양해진 사이드가 내 지시를 거부하고 선동을 계속했다. 박 과장은 이들의 인원을 30명만 남기고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주저하고 있었던 터였다. 현장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는 자리를 다른 협력업체들에게 정보를 구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동안 정들었던 그들이 실직하지 않고 옮겨갈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
"좋아. 내가 너희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너희들의 권리를 앞장서서 챙겼음에도 내게 이러는 거지? 좋아, 아주 좋아. 너희들 모두 사이드에게 동의하나? 모두 동의해도 상관없어. 너희 모두 오늘부로 현장에서 일할 수 없을 테니까!"
"아냐, 마쑤드! 사이드는 우리를 위해서 행정일을 했을 뿐인데 너의 처분에 불만이 있었을 뿐이야. 나머지는 불만 없어"
"좋아. 그렇다면 현장으로 돌아가 일해. 사이드는 너희 사장에게 말해서 현장에 두 번 다시 발 붙일 수 없을 거야. 이 현장뿐만 아니라 소나트락 현장 모든 곳의 삼성 현장에 발들이지 못할 거야! 약속하지!"
사이드의 아랍어 선동은 계속되었다. 결국 내가 얘기를 끝낼 수 있게 그에게 부탁하고서야 그가 물러섰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을 계획이야?”
그들은 현장으로 돌아갔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무슨 실수를 한 것일까? 고민을 해봐도 답은 찾기 어려웠다. 파업 선동과 알제리 땅에 한국인들이 들어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반대 선동, 업무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들어 현장에서 퇴출은 물론, 두 번 다시 삼성 현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공문 넉 장을 작성해서 공무 팀, 쏘나트락, 파워플러스로 보냈다. 조치는 다음 날 곧장 취해졌다. 사이드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현장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른 현장에서 일하는 팀들 지원을 나가는 길에 사이드를 보았다. 바비가 꼼수를 썼다는 게 더 이상 이상하지 않았다. 철근 팀에서 작업에 필요한 철사를 구한다고 반장과 함께 시내의 철물점을 백방으로 다녔지만 한국에서 사용하는 구경의 철사를 살 곳이 없었다. 모두 굵어서 궁여지책으로 대체용으로 사서 돌아온 다음, 관리부에 보고를 하고 캠프 경호원 두 명과 두 조수를 대동하고 용역회사 파워플러스의 시내 사무실을 찾았다.
폐허가 된 듯한 건물에 비둘기 똥이 계단을 가득 메운 그의 사무실은 외관에 비해 화려했다. 완성된 건물이 거의 없는 신축 건물들이 층을 높이기 위해 옥상엔 철골이 흉측하게 올라와 있는 건물들처럼, 이미 완성된 건축물은 개, 보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관리가 되지 않는 사무실 외관이었다. 동서고원고속도로 작업을 위해 새로운 숙소를 구할 때, 아파트든 개인 주택이든 깔끔하고 정상적인 집을 볼 수 없었던 경험으로, 관리를 하지 않는 시민 의식이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렇게 정리가 되지 않았거나 보수가 되지 않은 집을 외국인들에게 내놓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일상이었기 때문이라 치부해도 불성실함이 가득한 곳에 상식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었다.
손님을 맞은 바비는 자신의 책상에서 삼성 사무실에서 보았던 비굴한 간사함은 간데없고 오만과 자만에 찬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나와 일행을 자신의 책상 앞 손님 테이블에 앉히고 자신의 거대한 업무 책상 앞에 앉았다. 나는 의자를 거부하고 일어섰다.
"바비, 손님이 왔으면 너도 손님 자리로 내려와서 얘기해. 내가 네 부하야?"
"여기가 내 업무 자리야. 여기서 그냥 얘기해"
"그래? 그럼 서서 얘기하지. 사이드 현장에 들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왜 들였어?"
"사이드는 네가 뽑았지만 우리 직원이야. 우리가 필요한 곳은 어디든 보낼 수 있어"
"너의 사업장 어디든 보내. 그러나 삼성이 일하는 사업장에는 보내지 마. 어디든! 너도 똑바로 알아둬! 우린 알제리 정부와 국영기업 소나트락의 요청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시공사야. 여긴 삼성 현장이야. 너희 파워플러스는 우리의 요청에 의해 현장으로 인력을 공급해주는 인력업체야. 이 현장에 들어오려면 당연히 우리의 허락을 받아야 해! 내가 발 디디고 업무를 수행하는 이곳은 우리 집이고 우리의 권한과 책임 하에 있어. 알제리 땅인데 우리더러 여기서 뭐 하냐고 사이드가 작업자들 선동해서 파업을 하려 했어! 너희들은 알아야 해! 우리는 정부 허락 하에, 국영업체 소나트락의 요청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왔지! 너희에게 그럴 능력이 있었다면 스스로 해결했겠지! 이제 비록 우리가 손님으로 왔지만 너희가 우리 현장에 들어오기 위해 우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걸 똑똑히 가르쳐 주겠어! 계속할래? 민병대를 불러 파업 선동자들을 처벌하고 너희 업체 애들 다 빼길 바래?"
“그랬어? 알았어! 내가 뭘 해야 할지 알겠으니 내게 맡겨 줘 마쑤드, 가서 사이드 불러와"
바비가 조수를 시켜 사이드를 불러왔다. 사이드에게 내게 사과를 하라고 요청했지만 분을 삭이지 못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동행했던 동료들과 근처 카페를 찾아 화를 삭였다.